서울지역 인접 자치구인 마포구와 은평구가 쓰레기 처리 문제를 놓고 법정 공방에 들어갔다. 마포구가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에 투입한 188억원을 근거로 지분을 요구하는 소유권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구청장 후보가 확정된 상황에서 자기 지역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강 대 강’ 대치가 소송전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9년 맺은 협약 끝내 파기
31일 서울시와 자치구 등에 따르면 마포구는 서울 서북3구(마포·은평·서대문구)가 공동 투자해 지난해 5월 준공한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를 은평구가 단독 소유로 보존등기한 것과 관련해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을 최근 제기했다. 마포구는 은평구가 사전 협의 없이 단독 등기를 마친 것은 부당하며, 마포구가 부담한 188억원의 권리 행사 차원에서 소송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갈등의 시작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서북3구 구청장들은 마포구가 소각 쓰레기(마포자원회수시설), 은평구가 재활용품(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서대문구가 음식물 쓰레기(난지음식물류폐기물자원화시설)를 나눠 처리하겠다고 합의했다. 주민 기피시설인 쓰레기 관련 시설을 분산해 짓고 공동 이용하는 형태로 ‘윈윈 방안’을 마련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난해 깨졌다.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가 완공된 뒤 은평구가 마포구에 소각장 이용을 요청하자 마포구가 시설 포화를 이유로 거부했기 때문이다. 은평구 또한 이에 맞서 마포구의 재활용품 반입을 막았다. 작년 기준 마포자원회수시설 가동률이 80.1% 수준으로, 마포구가 주장한 ‘시설 포화’는 억지란 판단에서다. 그러자 마포구는 투자한 돈을 빌미로 소유권 소송을 제기하며 은평구 압박에 나선 것이다.
마포구의 이런 행보는 서울에 네 곳밖에 없는 소각장을 일종의 ‘협상 도구’로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소각장은 서울시 소유지만 운영 과정에서 자치구 협의가 필수인 만큼 이를 지렛대 삼아 재활용센터 지분이나 다른 행정적 이득을 얻어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앞두고 쟁점화
정치적 배경도 갈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2019년 협약을 맺은 뒤 마포구청장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바뀌며 과거 약속보다는 현재의 실리를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마포구청장 후보로 단수 공천된 박강수 구청장과 민주당의 은평구청장 후보로 확정된 김미경 구청장은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박 구청장은 “구민의 소중한 혈세 188억원이 투입된 시설인 만큼 정당한 권리를 회복해 마포의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했다. 김 구청장은 “협약의 본질인 상호 협력을 외면한 채 소유권 소송으로 압박하는 행위는 서북권 상생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고 맞섰다.
올해부터 수도권에서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전면 금지된 점도 갈등을 증폭시켰다. 예전에는 소각장에서 태우지 못한 쓰레기를 매립지에 묻었지만, 올해부터는 반드시 태우거나 재활용해야 한다. 쓰레기를 처리할 시설이 없는 자치구는 쓰레기 대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갈등의 중재자여야 할 서울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상암동 신규 소각장 건립 문제로 이미 마포구와 수차례 법적 싸움을 벌이며 관계가 악화한 탓에 적극적인 개입이 어렵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구 간 협약 이행이 우선이며 시가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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