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AI영화 연출 김일동 감독
AI경찰이 잠재적 범죄자 제거
죄책감 없는 살인 갈등 담아
인공지능(AI) 영화는 아직 '단편'의 영역이다. 발표된 작품은 대개 10분 남짓인 경우가 많다. 이유는 각양각색이지만 대개 '캐릭터 일관성'의 난점 때문이다.
이때 캐릭터의 일관성이란 이런 것이다. 한 인물을 AI를 통해 담아내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같은 캐릭터라도 신마다 다르게 보이거나 다르게 연기할 때가 많다. 일관성 유지에 실패하면 이질감이 생기고, 이는 작품의 질적 문제로 귀결된다. 특히 장편은 단편보다 신과 신의 결합이 많고 구현되는 시간도 길어서 캐릭터 일관성 유지가 곱절 이상으로 힘들다고 한다.
팝 아티스트 김일동 작가가 연출한 영화 '아이엠 포포(I'm PoPo)'는 63분짜리 AI영화임에도 몰입감이 강하다. 22일 김 감독을 서울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만나 AI영화에 도전한 이유와 제작 후일담을 들어봤다.
"인간이 느낀 고유한 감정을 AI 툴로 표현해 공감을 얻는 시대잖아요. AI 시대에 제가 자주 생각했던 감정, 특히 AI로 인한 딜레마적 상황을 AI영화로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김 감독의 이번 영화는 작품 전체가 AI로 만들어졌다. 러닝타임이 길다고 해서 몰입도가 떨어지지도 않는다. 탄탄한 스토리라인 덕분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AI 경찰 '포포'가 사회 치안을 담당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자 세상은 안전해졌다. 그러나 안전한 사회에 대한 기대감은 바로 인간의 감정보다 기계적인 판단력에 치중된 시스템 때문에 무너져 내린다. 포포가 미래의 잠재적 범죄자를 제거하는 선택을 자신만의 판단으로 감행해서다.
검거된 AI 경찰은 피고석에 서서 자신의 선택이 정당했음을 인간 앞에서 변론하기 시작한다. 인간과, 인간의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AI 포포 간의 대화는 치열하고 강렬하다.
"누가 봐도 분명히 죄라고 생각한 일이, 누군가에겐 죄가 아니게 되는 상황이 세상에서 발생하잖아요. AI와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인간이 직면할 윤리적 딜레마를 담았습니다."
제목의 'POPO(포포)'는 영화에 등장하는 AI의 이름이자 그 시스템 전체를 함축하는 단어다. AI가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하는 설정이 영화에 내재했는데, 각각의 상황들은 마치 근미래에 현실에서 벌어질 것만 같아 핍진성이 높다.
"사실 AI를 활용하면 누구나 천재가 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자신만의 고유성을 AI로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모든 사람들의 고유성이 함께 소통되는 세상을 꿈꾸며 작업을 하고자 합니다."
[김유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