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는 오르막길에서 내리막길을 준비했고, 내리막길에서 다시 오르막길을 준비했던 사람들이다. 메모리 시장은 지난 40년간 수많은 패배자를 냉정하게 도태시켜 왔다.
메모리 가격은 왜 올랐나?
작년 10월 메모리 회사 사람을 만났는데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미 2026년 말까지 1년 이상 생산능력(캐파)이 사실상 풀부킹인데, 범용 D램의 공급부족(쇼티지)가 갑자기 심각해졌다. 남는 캐파를 쥔 경쟁사가 3배 높은 가격으로 계약을 따내면서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는 하소연이었다.
작년말부터 올초를 거쳐 D램 유통시장에도 격변이 있었다. 시장의 재고가 바닥나고 유통상들이 현물 매집에 뛰어들었다. 심지어는 일부 개인들까지 D램 현물 매입에 뛰어들며 재테크가 아니라 '램테크'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이 급등의 도화선은 AI 수요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여름 관세 불확실성 속에서 고객들이 안전재고를 줄여 버렸고, 9월에는 마이크론이 견적 제시를 멈췄다. 9월 말 업계 재고는 3.3주까지 떨어졌고, 그 뒤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재고 보충과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범용 D램 캐파를 잠식하는 현상이 맞물렸다. 시장 버퍼가 바닥난 상태에서 모두가 동시에 뛰어들었다. DDR4 시장은 더 흥미로웠다. 원래 시장에서는 DDR4는 DDR5로 대체된다고 글로벌 D램 캐파가 줄어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희소자산으로 변하면서 유통상들이 “이거 나중에 더 못 구한다”라는 심리로 재고를 움켜쥐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DDR4 가격이 DDR5 보다 비싼 현상까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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