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과 대형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고 있는 가운데 AI와 시너지까지 더해지면서 중국 바이오 기업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3~5년 내 역할 확대" 전망
22일 현지 제약업계에 따르면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제약 산업에서 위치를 재정립하고 있다. 그간 저가 생산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혁신 사업으로 본격 이동하는 모습이다.
AI가 신약 발견과 개발 방식을 바꾸면서 이런 전환은 한 단계 더 가속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의약품 가치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 3~5년 내 그 역할이 더 확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글로벌 제약 산업의 가치사슬은 연구개발(R&D), 임상시험, 제조, 상업화의 네 단계로 구분되는데, 과거 원료의약품 생산에 집중했던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이제 고부가가치 영역인 R&D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여전히 혁신 신약 R&D에서 확고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AI의 등장이 시장 판도를 바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미국 기업들과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의미다.
홍콩 자산운용사 밸류파트너스의 헬스케어 투자 파트너 량춘옌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 제약 산업의 AI 도입 속도는 외부에서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은 타깃 발굴과 신규 분자 설계부터 임상시험 최적화에 이르기까지 신약 개발 전 과정에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AI를 접목한 효과는 초기 단계에서 부각되고 있다. 실제 AI 기반 타깃 발굴과 생성 화학 기술이 기존 4~5년 걸리던 전임상 기간을 12~18개월로 단축시키고 있다.
중국 바이오 기업들은 방대한 환자 데이터, 풍부한 인재, AI 기반 후보물질에 우호적인 규제 환경이라는 구조적 강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기차, 태양광에 이어 제약 공급망도 장악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 가운데 대표 사례로는 홍콩 상장사 엑스탈파이가 있다. 이 기업은 분자 생성, 구조 예측, 합성 설계 전반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또 항저우 기반 메티스 테크바이오는 약물 전달 최적화에 초점을 맞춘 독자적 AI 플랫폼을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이 기업의 주요 후보물질 중 하나는 신경계 질환을 치료하는 경구용 약인데 3상 임상시험을 완료했다.
이는 중국에서 AI로 설계된 신약 후보가 해당 단계에 도달한 첫 사례다. 이 기업은 올해 자국 규제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실험 단계 신약 파이프라인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20년 전 거의 '제로' 수준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최근 2년 반 동안 중국 바이오 기업들은 전 세계 항체·약물 접합체(ADC) 연구 및 임상 프로젝트의 약 70%를 담당했다. ADC는 치료 정확도를 높이고 독성을 줄이기 위해 설계된 항암제다.
이런 중국 바이오 기업의 부상은 미국 정치권의 주목도 받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중국이 전기차와 태양광 산업처럼 글로벌 제약 공급망에서도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중국 바이오 기업들은 가치사슬 상위로 이동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글로벌 신약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은 서구 대비 훨씬 낮은 비용으로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현지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내 R&D 센터를 운영하는 바이오 기업들은 대규모 환자군과 효율적인 병원 네트워크 덕분에 시험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중국의 임상시험 비용은 미국보다 50~60% 저렴하고, 1·2상 시험은 60~70% 더 빠르며, 직접 비용도 약 30%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현재 연간 약 2700건의 신규 임상을 시작했다. 미국의 약 80% 수준이다.
다만 바이오 산업 가치사슬 최상위로 이동하기 위해선 단순한 계약 확대나 빠른 임상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속적인 정부 지원과 최고 수준의 과학자가 필수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중국 정부는 최근 발표한 올해 업무 보고에서 바이오 의약 산업을 처음으로 신흥 핵심 산업으로 지정해 막대한 지원을 예고하고 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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