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리커머스Re-commerce’ 소비의 확대 충분히 경험하고 다시 되파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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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리커머스Re-commerce’ 소비의 확대 충분히 경험하고 다시 되파는 시대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외부기고자)

입력 : 2026.04.17 10:47

원하는 인형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고, 그 제품이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시대다. 누군가는 실제 경험을 위해 웃돈을 얹고, 또 누군가는 이익을 챙기기 위해 경쟁적으로 사들인다. 리커머스 시대가 완전히 도래했음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조금 사용하다 중고로 팔아도 손해 보지 않는다!

(※ AI로 제작된 이미지입니다.)

(※ AI로 제작된 이미지입니다.)

한 달 전쯤 카메라 한 대를 구매 예약하고 결재했다. 요즘 후지필름과 리코 사의 디지털카메라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그중 나는 f모델을 결재했다. 그런데 아직 내 수중에는 카메라가 없다. 오늘도 카메라 스토어에 전화를 걸어봤지만, 내 앞에 10명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 물건 때문에 종종 리셀 시장을 둘러본다. 200만 원 초반의 카메라가 낮게는 240만 원에서 높게는 300만 원까지 팔리고 있다. 물론 사용하지 않은 새 제품 기준이다. 솔직히 말해 나는 리셀, 파는 건 해봤지만, 웃돈을 얹어 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너무 가지고 싶어서 웃돈을 지불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긴 한다. 그냥 내 기준이 그렇다는 뜻이다.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다 앞서 말한 리코의 인기 모델 중 하나인 GR3X 모델이 몇 대 입고되었고, 정가 판매를 한다고 했다. 이미 수차례 고민했던 모델이기에 전화를 한 통 걸고, 바로 구매하러 갔다. 현재 GR4 모델이 출시되어 살짝 빛을 바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30만 원 이상의 웃돈이 붙어 리셀되는 제품이다. 성능 면에서 더 우위에 있어 보이는 카메라를 결재하고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생각을 해본다. 아내는 분명히 이 카메라를 왜 샀냐고 물어볼 것이다. 거기에 대한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조금 사용하다가 중고로 팔아도 그리 손해 보지 않는 제품’이라는 게 그 답이다. 그러니까 투자 후 경험하고 다시 처분해도 감가상각 면에서 큰 낙폭을 겪지 않을 게 분명한 제품들이기 때문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사진 픽사베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사진 픽사베이)

제품을 정가로, 공식 스토어 또는 온라인 숍에서 구매하는 전반적 행위를 일종의 ‘커머스(commerce, 온라인 상행위를 통틀어 ‘e’커머스라 부르고 있다)’라 칭한다. 과거의 물물 교환부터 현재의 소비행위에 이르기까지를 전부 커머스라 칭할 수 있을 것이다. 커머스를 바탕으로 ‘리커머스(Re-commerce)’ 시장 규모가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리커머스에는 새 제품을 되파는 ‘리셀’과 사용하던 것을 되파는 ‘중고 거래’ 모두가 포함된다.

그렇다면 이 리커머스 시장의 주역들은 누구였을까? 의심의 여지 없이 밀레니얼과 젠지(Gen-Z)들이었다. 사실 리셀 시장이나, 중고 거래는 과거부터 활발했던 소비의 형태였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커머스가 다시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는 결정적 이유는 MZ 특유의 방식을 벗어나, 전 세대를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을 정가로, 공식 스토어 또는 온라인 숍에서 구매하는 전반적 행위를 일종의 ‘커머스(commerce)’라 칭한다. 과거의 물물 교환부터 현재의 소비행위에 이르기까지를 전부 커머스라 칭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러한 커머스를 바탕으로 ‘리커머스(Re-commerce)’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리커머스에는 새 제품을 되파는 ‘리셀’과 사용하던 것을 되파는 ‘중고 거래’ 모두가 포함된다.

리커머스 자체가 ‘투자형 소비’

일단 리커머스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로 정립될 수 있었던 이유를 알아보자. 첫 번째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시장 규모가 급증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현재 이 시장은 수천억 달러 규모라고 알려져 있다. 두 번째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MZ세대가 아닌 전 연령층으로 이 시장의 규모가 확대되었다. 세 번째는 AI를 포함한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가속화가 거래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상승시켰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리셀 플랫폼 크림이나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이 그 대표적 사례다. 네 번째는 리커머스 시장이 가치 소비와 지속가능성 사이에 자리매김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니커즈와 같은 특정 아이템에서 시작되었던 리셀 및 중고 거래가 럭셔리 제품을 포함한 다양한 범주로 확산되었다는 것에서 이유를 도출할 수 있다.

이제 리커머스는 단순 리셀, 중고 거래를 뛰어넘어 전문화되었고 정교해졌다. 과거에는 ‘나이키 마니아’라는 카페가 나이키를 포함한 한정판 스니커즈의 리커머스를 위한 주요 창구였다. 물론 여기에 또 다른 카페 중고 나라도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운동화 리셀 하면 플랫폼 크림을 떠올리게 되었다. 여기에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의 중고 거래 디지털 플랫폼이 고속 성장을 하게 되면서 리커머스 트렌드는 더 확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진 당근)(매경DB)

(사진 당근)(매경DB)

그렇다면 왜 소비자들은 이 시장을 삶의 일부로 유지해나가고 있는 것일까? 그건 한정판 제품, 희소성 있는 물건이라는 이유로 특정 제품들의 시장 가격이 (하락세 없이) 자꾸 높아지는 걸 체감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MZ세대들은 이 행위 자체가 어떤 수익을 창출하는 ‘투자형 소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과거에 나도 한정판 스니커즈 추첨에서 운이 좋아 당첨된 경우가 몇 번 있었다. 내 마음에 드는 제품은 실제 착용하기도 했었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들을 리셀 플랫폼을 통해 팔아본 적이 있다. 그때 느낀 건 “이게 잘하면 좋은 수익 사업이 될 수도 있겠는데?”였다. 시쳇말로 본전보다 더 높은 가격에 되팔아 이윤을 남길 수 있으니까 말이다. 리커머스 시장의 확대는 나와 같은 느낌을 가진 다수의 소비자가 존재했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게 아닐까 싶다. 슈프림과 나이키, 아디다스 운동화가 그 출발점이었고, 럭셔리 브랜드로 넘어가 샤넬과 롤렉스가 불을 질렀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단기 사용 후 자본을 다시 회수하다

이제는 한정판 혹은 특정 유명 브랜드 이름만 붙으면 죄다 리커머스의 주요 타깃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앞서 내가 카메라 한 대를 구매 예약했고, 또 다른 카메라 한 대를 충동적으로 구입했다고 말했다. 솔직히 말해 이와 같은 리커머스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동시에 두 대의 디지털카메라에 욕심을 내진 않았을 것이다. 지금 이 트렌드 속에서는 두 대를 다 사용하다가 다시 팔아도 내가 지출한 ‘원금’에서 그리 차이 나지 않게 회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이 같은 무모한(?) 소비를 행할 수 있는 셈이다. 아, 10년 전쯤 사둔 올림푸스의 디지털카메라를 처분하려고 중고 시장 가격을 찾아보았다. 맙소사, 이 카메라도 당시의 금액과 엇비슷하게 거래되고 있는 것 같다. 어차피 새 카메라를 들였으니 어서 처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현재 리커머스의 트렌드 속에서 쳇바퀴를 돌리고 있는 셈이다.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이 같은 소비 방식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소비자의 인식 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첫 번째로 소비자들은 소비를 함에 있어 ‘경제적 합리성’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되도록이면 손해 보지 않는 소비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내가 어떤 물건을 사서 사용하더라도 감가상각이 많이 되지 않는 쪽을 선호한다. 동시에 되팔 수 있는 상품에 더 쉽게 지갑을 연다. 그래서 요즘 소비자들은 내가 산 또는 살 예정인 물건을 되팔았을 때 리셀가는 어느 정도인가를 따져보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나이키 조던 한정판을 하나 살 기회가 생겼다. 덥석 사버리는 시대는 지났다. 일단 리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시세를 알아보고, 이걸 지금 사도 추후에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걸 확인하게 되면 더 쉽게 지갑을 연다. 그러니까 현대의 소비자는 지금 당장의 가격도 중요시하지만, 리커머스를 고려하여 그 제품의 잔존가치까지도 신경을 쓴다는 이야기다.

지금 내 책상 서랍과 신발장에는 과거에 사둔 카메라, IT 기계, 어렵게 구했지만 잘 신지 않는 운동화 등등으로 가득하다. 이처럼 지금까지의 나는 어떤 물건을 사고, 쟁여두었다. 쉽게 말해 물건의 구입을 일종의 ‘소유 개념’에 더 방점을 두고 있었다고 보는 게 맞겠다. 현대에 있어 이 소유는 (내 기준으로 보자면) 그냥 철 지난 폐기물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과 유사하게 느껴진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사진 픽사베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사진 픽사베이)

이런 제품에 대한 소유 개념이 지금은 완전히 전환되었다. 그래서 현대 소비자들은 자신의 소비의 결과를 소유보다는 ‘운용’이라고 정의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물건은 고정 자산이 아닌 유동 자산이 된 것이다. 그래서 필요 시, 혹은 경험해보고 싶은 욕망에 구매를 하고 실사용을 한다. 과거라면 여기서 끝이지만 지금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은 그걸 다시 재판매, 즉 리커머스한다.

어떤 제품이 출시되고 판매되는 회전율이 점차 짧아지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개념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다시 카메라를 예를 들어보자. 필름을 사용하는 기계식 아날로그 카메라가 어느 순간 디지털카메라에 빌려 방구석에 처박힌 유물이 되었었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조차도 다시금 필름 카메라 시절의 아날로그 이미지를 재현하려 애쓰면서 구시대의 유물은 지금 다시 고가에 거래가 되는 희귀한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나는 약 20년 전에 비싼 가격으로 들였던 콘탁스 G2라는 필름 카메라를 지금껏 소유하고 있다. 요즘 시세가 어떤지 봤더니 당시 내가 구매했던 가격의 2배보다 높게 거래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예전 제품들은 꽤 비싸게 팔리지만 디지털 및 IT 제품들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새 제품이 나오면 지난 버전의 가격은 대부분 폭락하기 일쑤다. 그래서 리커머스 트렌드는 더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 명품 패션 및 운동화의 유행도 마찬가지다. 이 탓에 소비자들은 단기 사용 후 자본을 다시 회수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소비한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리커머스 트렌드를 확산시키다

(※ AI로 제작된 이미지입니다.)

(※ AI로 제작된 이미지입니다.)

리커머스 트렌드가 다시금 폭발적으로 확장한 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큰 몫을 했다. 포털 사이트 카페를 통해 리커머스를 하던 시절을 상기해보라. 물론 이 방식은 현재도 유효하지만 그 부작용 역시 꽤 심각한 편이지 않던가. “중고 물건을 샀는데 벽돌이 오더라”라는 일종의 사기 행각 등을 포함해 거래상의 부작용이 꽤 많았다. 하지만 새로운 플랫폼들이 출범하면서 이제 디지털상의 리커머스는 신뢰도라는 게 가장 중요해졌다. 즉, 디지털 신뢰 기반 거래가 선호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MZ세대는 그 누구보다도 모바일 기반 거래 환경에 익숙할 수밖에 없다. 익숙함 속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신뢰도’가 됐다. 이 플랫폼을 통해서라면 안전하게 내가 욕망하는 물건을 사고팔 수 있다는 그런 믿음 말이다. 이제 리커머스를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삼은 플랫폼들은 여기에 많이 집중한다. 아니 그렇게 보인다. 안전결제 시스템이 잘 구축되었는지, 내가 사려는 제품의 정품, 가품 검수를 믿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요소들이 준비되어야만 소비자의 신뢰를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플랫폼에 부여된 신뢰가 높을수록 소비자의 구매 전환율 역시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소비자들은 이미 준비된 상태다. 어떤 준비냐고? 가지고 싶은 걸 꼭 사고, 더 좋은 가격에 되팔 준비다. 남이 쓰던 거라도 전혀 관계없다는 마음가짐도 이미 준비되어 있다. 소비자가 완전히 준비되어 있기에 리커머스 시장은 폭발적으로 더 성장할 것임이 틀림없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사진 픽사베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사진 픽사베이)

[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및 일러스트 픽사베이, 게티이미지뱅크, 매경DB]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24호(26.04.0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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