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선별-신비화 경로 따라
군중의 심리와 분위기 설계해야
고객 몰입과 브랜드 참여도 높여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비즈니스스쿨 연구진은 이벤트 기획자, 클럽 운영자, DJ, 보안 요원, 일반 방문객 등 38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현장 관찰, 문헌 검토를 통해 독일 베를린의 음악 클럽 사례를 분석하며 사회적 분위기를 전략적으로 기획하고 관리하는 ‘사회적 분위기 큐레이션’을 제안했다.
베를린의 클럽은 낮은 입장료와 강력한 출입 정책으로 유명하다. 수백 명이 줄을 서지만 입장이 보장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이런 까다로운 선별 과정이 단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장치라는 점에 주목하며 그 기제를 분석했다.
첫 단계는 ‘육성’이다. 유치하고자 하는 고객상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홍보물, 행동 규칙 등을 통해 외부에 일관되게 전달하는 과정이다. 예컨대 특정 클럽은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위한 안전한 공간을, 다른 클럽은 보헤미안적 자유분방함을 강조한다. 이런 메시지는 적합한 고객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그렇지 않은 고객의 유입을 막는다.그다음 단계는 입장하는 고객을 사회적 적합성에 따라 ‘선별’하는 것이다. 단순 구경꾼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몰입하고 타인과 상호작용할 의지가 있는지, 행사가 지향하는 옷차림이나 음악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핀다. 이처럼 문화적으로 적합한 고객을 가려내는 동시에 고객상이 획일화되지 않도록 전체 고객의 성별, 인종 등 다양성 또한 고려한다.
마지막 단계는 ‘신비화’다. 선별 기준을 고객들에게 뚜렷하게 설명하지 않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차별을 은폐하기 위함이 아니라 공간의 정체성과 공동체성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했다. 이런 전략은 브랜드의 신화를 강화하고 스스로 적합하다고 느끼는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낳는다.
연구진은 “포용을 배제의 반대 개념으로만 이해해서는 사회적 분위기의 형성 과정을 설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정 집단이 안전하고 몰입 가능한 공간을 경험하려면 경우에 따라 다른 집단의 출입을 제한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분위기는 고객의 이질성을 관리하고 사회적 적합성을 설계하는 전략적 기획의 산물이며 경험경제 산업 전반에서 ‘공간 디자인’을 넘어 ‘군중 디자인’으로 관점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다.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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