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격차는 ‘소프트 요소’
전략보다 문화-사람이
‘초우량 기업’의 경쟁력
당시 맥킨지 컨설턴트였던 저자들은 이 책에서 “구조가 곧 조직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당시 컨설팅 업계가 중시하던 전략, 구조, 시스템과 같은 ‘하드 요소’보다 상대적으로 계량화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소홀히 다뤄졌던 스타일, 구성원, 역량, 공유가치와 같은 ‘소프트 요소’에 주목했다. 초우량 기업의 진정한 경쟁력은 정교한 전략 자체보다 이를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조직의 실행 역량, 즉 소프트 요소에 있다는 것이 이들의 결론이었다.
IBM 사례는 소프트 요소의 중요성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준다. 책에 묘사된 1970년대의 IBM은 세계 최대 기업이었음에도 철저하게 관료주의를 배격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공식적인 위원회를 구성하기보다 소규모 임시 태스크포스(TF)를 신속히 꾸려 해결하는 민첩성을 유지했다. 그러나 1980년대 IBM은 점차 관료주의에 잠식되면서 혁신 역량을 잃었고 성과가 급감했다. 1993년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해 IBM의 턴어라운드를 이끈 루 거스트너는 그의 저서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에서 “IBM에 와서 깨달은 점은 문화가 게임의 한 요소가 아니라 게임 그 자체라는 사실”이라고 회고했다. 이는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는 궁극적인 요인이 전략이 아닌 문화와 실행 방식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오늘날 기업 혁신의 해법도 여전히 소프트 요소에서 찾을 수 있다. 나이키와 스타벅스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엘리엇 힐과 브라이언 니콜은 두 기업이 숫자와 기술에 매몰돼 브랜드 정체성과 고객 경험의 본질을 잃어버렸다고 진단했다. 이에 나이키는 ‘스포츠의 심장과 영혼’을, 스타벅스는 ‘제3의 공간’이라는 고유한 가치를 회복하는 데 혁신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한국의 주요 대기업은 전략, 구조, 시스템 등 하드 요소 측면에선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소프트 요소의 경쟁력이 이에 걸맞은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질문이 남는다. 블라인드 같은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드러나는 목소리만 들어봐도 회사의 문제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지만 소프트 요소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경영자는 많지 않은 것 같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업무에 대한 열정이 식은 직원들로 가득 찬 조직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 AI와 로봇 등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이를 활용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결국 사람과 조직이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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