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지난 달 29일, 대한민국 대도약을 위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AIDC) 메가 프로젝트가 국민보고회에서 전격 발표되며, AI 주권 확보의 위대한 서막이 올랐다. 바야흐로 전 세계는 데이터와 네트워크가 가치를 창출하는 '토큰 경제' 시대로 급격히 전환 중이다. AI가 산업의 전 영역에 스며들어 피지컬 AI와 에이전틱 AI를 견인할 'AI 추론'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견되고 있다.
과거의 데이터센터가 단순한 저장과 연산에 머물렀다면, AIDC는 AI를 뛰게 하는 심장이자 끊임없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거대한 '토큰 팩토리'와 같다. 1기가와트(GW)당 연간 최대 400조개의 토큰을 생성하는 AIDC 인프라는 피지컬 AI를 작동시키는 근간이 된다. 에이전틱 AI가 토큰을 자율적으로 소비·생성하는 핵심 기반으로 작용한다.
이런 토큰 경제를 바탕으로 국민 누구나 비용 부담 없이, 일상과 경제 활동에서 지속적으로 AI를 활용하는 '모두의 AI'를 완성하는 것,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대체 불가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그 핵심 열쇠가 바로 AIDC에 있다.
◇AI 추론 시장의 기회, '축적된 기술'이 새 판 주도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은 특정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심의 견고한 생태계로 진입 장벽이 높다. 국내 IT 장비 점유율 역시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어 우리가 반드시 풀어야 할 국가적 숙제다. 하지만 차세대 경쟁력의 심장인 AIDC 시장의 무게중심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며 새로운 판이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은 결코 멈춰 있지 않았다. 지난 7~8년간 AI 반도체 연구개발(R&D)에 매진해 차세대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상용화로 유니콘 기업(리벨리온, 퓨리오사, 딥엑스, 모빌린트)을 육성하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나아가 컴퓨팅 자원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메모리공유확장(CXL), 데이터 처리 병목을 해소할 데이터처리가속기(DPU)는 물론, 막대한 데이터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전송하기 위한 초고속 AIDC 네트워킹 인프라 역량 확보에도 끈기있게 연구와 투자를 이어왔다. 그동안 흔들림 없이 꾸준히 축적해 온 독자적인 칩들과 인프라 기술은, 새롭게 열리는 AIDC 기회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 줄 소중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AIDC의 전략적 포석, 인프라 자립부터 차세대 AI 주권까지
이 기회의 길목에 정부와 민간이 '원팀'이 돼 2035년까지 총 18.4GW 규모의 AIDC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특히 이번 전략은 인프라 외형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수반되는 핵심 솔루션 기술의 '국산화-실증-수출'로 이어지는 전·후방 산업 생태계 육성안을 담았다는 점에서 대단히 시의적절하다. 인프라 구축이라는 거대한 기회를 마중물 삼아 AIDC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야말로 지금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미래 지향적 결단이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국내 구축되는 AIDC를 국산 기술 실증 무대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이 담겨 있다. 서버, 네트워크 등 IT 장비와 국산 전력·냉각 솔루션들이 대규모 AIDC 및 하이브리드 실증 센터에 적용돼 확실한 글로벌 운용 레퍼런스를 확보하게 된다.
또 물리적 인프라를 넘어, 부족했던 대규모 클러스터링 기술을 고도화하고 자원 배분 및 스케줄링 등 핵심 클라우드 기술 개발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여기에 산·학·연이 총결집한 'AIDC 얼라이언스(가칭)'를 통해 유망 기업과 핵심 인재를 집중 육성함으로써, 대한민국은 2030년 아시아·태평양 최대의 AI 인프라 허브로 도약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인프라 기반과 소프트웨어(SW)의 자립은 궁극적으로 차세대 AI 주권을 완성하기 위한 든든한 초석이다. 지금 AI 경쟁은 AI 모델을 넘어, 스스로 판단해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우리가 국가 차원의 대규모 AIDC 기반을 다지는 진짜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굳건히 다져진 국산 인프라 생태계 위에 이기종 반도체를 조율하는 'AI OS'라는 머리를 얹고, 시스템 운영을 최적화하는 '에이전트 자율운영(AgentOps)' 등을 세심하게 결합해 차세대 AI SW 주권의 내실까지 빈틈없이 완성하겠다는 국가적 의지다.
AIDC 메가프로젝트 인포그래픽 (AI 생성 이미지)◇AIDC, 원팀으로 열어갈 초격차 대한민국
이제 남은 과제는 'AIDC 메가 프로젝트'라는 혁신 청사진을 현실로 온전히 구현해 내는 일이다.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을 이끌어 공급망 진입의 유연한 교두보를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자립을 통해 우리가 AI 생태계를 이끄는 든든한 발판이 될 것이다.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는 R&D, 전력, 부지, 인허가를 신속히 지원하고, 산업계는 특화 클러스터 구축과 대규모 투자를 실행해야 한다. 학계와 연구계는 현장형 프로젝트를 통해 차세대 AIDC 장비 개발·유지보수 등 전문 엔지니어 양성에 매진함으로써 산·학·연·관의 모든 역량이 하나로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
“새로운 길을 여는 것은 발자국의 크기가 아니라, 같은 방향을 향해 함께 걷는 걸음의 무게다”라는 말처럼, 독자적 AI 인프라 확보는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다 함께 '원팀'으로 나아가야 할 여정이다. 각계의 힘찬 걸음이 대한민국 AIDC를 중심으로 모일 때, 우리는 새로운 지평을 여는 AI 선도국으로 당당히 도약할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미래를 직접 만드는 것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역시 대한민국 대도약의 든든한 동반자로서, 기술 혁신과 인재 양성의 최전선에서 필요한 모든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 jbhong09@iitp.kr
〈필자〉고려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MIS 석사, 맨체스터대에서 기술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행정고시 38회로 공직에 입문했고 과기정통부에서 인터넷정책과장, 정책총괄과장, 통신정책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 네트워크정책실장 등을 거치며 초고속인터넷 확산, 통신시장경쟁, 사이버보안, 4차산업혁명관련 AI·데이터·스타트업육성 정책을 총괄했다. 2024년 2월 부터 AI 및 ICT 분야 핵심기술 R&D 및 인재양성을 전담 기획·지원하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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