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곤 한국재난안전정책연구원장“대한민국은 전자정부를 성공시킨 나라다. 이제는 데이터를 흐르게 하고, 인공지능(AI)의 판단이 실제 국가 시스템 안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AI 기반 실시간 국가운영체계'를 구축할 시점이다.”
이태원 참사는 단순한 군중사고가 아니었다. 사전에 위험 신호는 존재했다. 112 신고가 반복됐고, 현장 밀집도 역시 이미 위험 수준에 근접해 있었다. 그러나 위험 정보는 현장 통제와 실행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우리는 알고 있었지만 막지 못했다.
문제의 본질은 분명하다. 재난 대응 실패는 단순한 현장 실수나 인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작동하지 못한 문제였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한국 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차이는, 선진국들은 대형 참사를 겪은 이후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국가 구조 자체를 바꾸었다는 점이다.
대표 사례가 9·11 테러 이후의 미국이다. 미국은 당시 정보기관 간 데이터 단절과 지휘체계 혼선을 국가 실패로 규정했다. 이후 연방·주정부·소방·경찰·응급기관을 연결하는 통합 재난대응체계(NIMS·ICS)를 구축했고, 실시간 정보 공유와 현장 지휘 일원화를 제도화했다.
핵심은 단순한 디지털화가 아니었다. '데이터-판단-지휘-실행'이 하나의 흐름으로 작동하도록 국가 운영체계를 바꾼 것이다.
일본 역시 반복되는 대지진과 쓰나미를 겪으며 재난 대응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은 전국 단위 조기경보망, 위성 기반 재난통신체계, 자동 재난문자 시스템, 철도 자동정지 시스템 등을 구축했다. 위험 신호가 감지되면 사람의 판단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즉시 움직이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네덜란드 역시 홍수 대응을 국가 운영 차원에서 접근한다. “홍수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국가 운영 실패”라는 관점 아래 AI 기반 수문 분석, 디지털트윈, 실시간 수위 예측, 자동 수문 제어 체계를 통합 운영하고 있다.
즉 선진국들은 재난을 단순 사고가 아니라, 국가 운영체계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반면에 대한민국은 여전히 기관별 분절 구조에 머물러 있다.
경찰은 경찰대로, 소방은 소방대로, 기상·교통·수문·통신·CCTV·지자체 데이터 역시 각각 분산 운영된다. 데이터는 많지만 연결되지 않는다. 위험은 감지되지만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데이터 부족이 아니다. '데이터가 행동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국가 구조'에 있다.
더욱이 기후위기와 초연결 사회로 진입하면서 재난의 양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습 폭우와 도시침수, 초대형 산불, 산업단지 사고, 전력망 장애, 감염병, 사이버 공격, 군중 밀집 사고는 더 이상 개별 사건이 아니다. 서로 연결된 복합 시스템 리스크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대응체계는 여전히 부처별 칸막이와 데이터 사일로(Data Silo)에 갇혀 있다.
한국형 소버린 AI 재난안전 운영체계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스마트시티 사업이 아니다. 국가 차원의 'AI 기반 실시간 운영체계(K-DOS)' 구축이다.
K-DOS(Korea Disaster Operating System)는 재난·안전 분야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AI 기반 판단을 현장 대응과 실행 체계까지 연계하는 국가 단위 AI 운영체계다.
이는 단순한 관제 플랫폼이 아니다. 재난안전·교통·산업안전·SOC·기후위기 대응 데이터를 하나의 실시간 의사결정 체계로 통합하는 국가 운영 인프라다.
그리고 이러한 K-DOS를 실제 국가 재난·안전 분야에 적용·실증하기 위한 국가 AI 운영 실증 프로젝트가 바로 GovAX(Government AI Transformation)다.
즉 K-DOS가 국가 AI 기반 재난·안전 실시간 운영체계라면, 재난·안전GovAX는 이를 실제 행정·재난·안전 현장에 적용하고 검증하는 AI 기반 국가운영 전환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AI 자체가 아니다. 핵심은 AI가 국가 시스템 안에서 실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반드시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다.
AI는 현장의 공무원·소방·경찰·의료진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판단과 대응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지원하는 도구다. 최종 책임과 공권력 판단은 여전히 인간의 책임 아래 있어야 한다.
결국 재난 대응의 핵심은 기술만능주의가 아니라, 기술과 제도를 결합해 실제로 작동시키는 국가 역량에 있다.
동시에 세계는 지금 또 다른 거대한 전환기에 들어서고 있다.
이제 글로벌 경쟁은 단순 디지털 경쟁을 넘어 범용인공지능(AGI) 시대의 기술 패권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 냉전 시대의 '애치슨라인'이 군사·안보 경계선을 의미했다면, 오늘날 이른바 'AI 애치슨라인(AI Acheson Line)'은 AI 반도체·데이터·연산 인프라·전력 효율·클라우드 주권을 둘러싼 새로운 기술 질서를 의미한다.
앞으로의 국가 경쟁력은 단순 제조 규모보다, 누가 AI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가, 누가 데이터 주권을 가지는가, 누가 저전력·고효율 AI 시스템을 구현하는가, 누가 국가 운영체계를 AI 기반으로 전환하는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초거대 AI와 AGI 시대로 갈수록 AI 연산의 전력 소모와 데이터 병목 문제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AI 산업 역시 단순 GPU 확장 경쟁을 넘어, “누가 전력 효율을 지배하는가”의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PIM(Processing-In-Memory) 기반 차세대 메모리와 같은 초저전력 AI 인프라 기술이 중요한 전략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그 가운데 강유전체 기반 브이메모리(Ferroelectric Domain Wall Memory:FDWM)와 같은 차세대 구조 역시 미래 AI 인프라 기술로 주목받는 영역이다.
FDWM은 기존 반도체 공정과의 호환 가능성과 저전력·고효율 구현 가능성을 동시에 가진 차세대 메모리 구조로 평가되며, 향후 에너지 집약형 AI 인프라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기술적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미래의 AI 재난안전 시스템, 자율형 국가 인프라, 로봇·자율주행·스마트 제조·피지컬 AI 환경에서는 단순 연산 성능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과 실시간 처리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러한 초저전력 AI 메모리 기술은 단순 산업기술이 아니라 미래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전략자산의 성격을 가진다.
이는 단순 반도체 산업 경쟁이 아니다. AI 주권, 국가 에너지 전략, 디지털 안보, 재난 대응 역량, 산업 경쟁력이 모두 연결된 차세대 국가 인프라 경쟁이다.
따라서 초저전력 AI 메모리와 차세대 AI 인프라 기술은 단순 민간 기술개발 차원을 넘어, 국가 전략기술과 AI 주권 확보 관점에서 장기적 육성과 투자가 필요한 분야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AI 기반 국가운영체계는 개인정보 보호와 민주적 통제 원칙 위에서 추진돼야 한다.
재난안전 시스템이 국민 감시체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개인정보 최소수집, 목적 외 사용 금지, 데이터 비식별화, 독립적 감시체계, 재난·안전데이터 표준화, AI 윤리 기준 마련과 함께, 생체인증·다중인증(MFA)·패스워드리스 인증(Passwordless Authentication) 기반의 제로트러스트형 공공 보안체계 구축 역시 함께 추진돼야 한다.
동시에 재난 상황에서도 통신망이 유지될 수 있도록 위성·이동형 기지국·TVWS 기반의 다계층 긴급통신체계 구축 역시 병행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데이터 사일로(Data Silo) 문제 해결이다.
현재는 부처와 기관 간 데이터가 분절·폐쇄 운영되고 있다. 재난·교통·기상·통신 데이터를 국가 공통 표준으로 연계하고, 생명을 살리는 공공자산으로 통합 운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국가 차원의 데이터 연계 표준을 구축하고, 제한적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AI 기반 자동 대응체계를 실증하며, 궁극적으로는 범정부 통합 상황운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향후 GovAX 실증사업은 단순 기술 검증이 아니라, K-DOS 기반 국가 운영체계 혁신 실험이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상위권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다. 그러나 진정한 선진국의 기준은 GDP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국민이 일상에서 얼마나 안전한가, 국가 시스템이 위기 상황에서 실제 작동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더 이상 반복되는 희생을 방치하는 사회는 진정한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경제적 성취는 삶의 안전이 보장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제 선택은 분명하다.
사고 이후 책임 공방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AI 기반 국가운영체계로 전환할 것인가.
이태원 참사와 오송 참사는 이미 우리에게 답을 보여줬다. 그리고 미국·일본·네덜란드는 그 답을 어떻게 시스템으로 바꾸었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재난은 반복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까지 반복될 이유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보고서가 아니다.
'지금 실제로 작동하는 국가 시스템'이다.
신병곤 한국재난안전정책연구원장 shinbg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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