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변혁기 탈출 마지막 질문 “인터넷은 누구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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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판정 넷피아 대표이판정 넷피아 대표

웹 인터넷이 등장한 지 30년이 넘었다. 인터넷은 국경과 언어를 넘어 사람과 사람, 기업과 시장, 지식과 문명을 연결하며 인류 경제의 새로운 기반이 됐고, 이제 인공지능 시대까지 열고 있다. 그러나 세계는 지금, 우리가 지난 30년 동안 당연하게 사용해 온 인터넷 구조가 과연 공정했는지라는 질문 앞에 서 있다.

미국 법무부(DOJ)의 반독점 소송과 연방법원 판결,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일본의 이른바 '스마트폰 신법'은 단순한 플랫폼 규제가 아니다. 검색·광고·트래픽 집중 구조가 과연 혁신과 공정경쟁을 위한 것이었는지 인터넷 질서의 뿌리를 다시 묻는 역사적 시도다. 이들은 미리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고착된 약탈적 인터넷 구조를 하루라도 빨리 멈추려는 최소한의 자기방어다. 그런데 인터넷 강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만 유독 조용하다.

지난 30년 인터넷 구조는 인터넷 빅테크·플랫폼이라는 이름 아래 '씨 뿌린 자의 씨앗이 싹도 나기 전에 다 파먹히는 구조'로 변해 왔다. 이제는 씨앗조차 재생산되지 못해 정부가 세금으로 창업기업과 중소기업의 씨앗을 대신 사주고 있는 형국이다. 각국의 규제는 결국 '씨 뿌린 자의 씨앗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다.

전화망에서 특정 번호로 걸려오는 콜 트래픽이 가입자의 영업 성과와 신용을 반영하듯, 인터넷에서 상표이름을 입력하거나 검색함으로써 발생하는 트래픽 역시 상표권자의 상업적 성과와 신용을 반영한다. 이는 경쟁자의 영업상 신용 보호를 규정한 파리조약 제10bis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인터넷에는 두 개의 창이 있다. 하나는 서버를 찾는 '주소창'(Looking for server), 다른 하나는 콘텐츠를 찾는 '검색창'(Looking for contents)이다. 국제표준 RFC 1034·1035와 RFC 3367(CNRP)은 도메인과 상표명·회사명 등 통상이름의 연결 규약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구글은 통상이름 입력을 직접 연결이 아니라 'google.com' 검색창으로 집중시키는 구조를 채택함으로써, 주소창에 입력된 상표이름 기반 트래픽의 경제적 성과를 사실상 구글의 성과로 집중시키고 있다.

2024년 8월 5일 미국 DOJ 반독점 소송 연방법원 판결에 따르면, 구글은 주소창 기반 트래픽을 유지하기 위해 2021년 한 해에만 애플 등에 트래픽 획득비용(TAC) 260억달러(약 38조원)를 지급했다. 법원은 구글이 주소창과 위젯 등 '검색접속지점(SAP)'을 90% 이상 장악하고, 그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사를 배제한 행위가 셔먼법 제2조 위반이라고 판시했다.

지난 25년 동안 이 구조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존재는 오히려 가장 보호받아야 할 창업기업과 중소기업이었다. 많은 기업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브랜드와 상표를 만들지만, 인터넷에서는 혁신의 열매를 키운 상표권자보다 중간의 트래픽 유용 구조가 더 큰 이익을 가져가는 현상이 고착화됐다. 결국 각국이 규제에 나서는 이유는 '인터넷이 연결의 공간이 아니라, 알고 보니 타인의 업적을 약탈하는 구조'였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럼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한국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소버린 토종 포털이 둘이나 더 있다. 결과적으로 타인의 업적을 흡수하는 구조가 중첩돼 있는 셈이다. 이는 단순한 기업 경쟁 문제가 아니라 창업 의욕을 약화하고, 실물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며, 국가와 세계 경제를 장기 저성장으로 끌어내리는 구조적 문제다.

이제 인터넷은 다시 인터넷다워져야 한다. 변혁기 탈출의 마지막 질문 “인터넷은 누구의 것인가?”를 지금 던져야 하는 이유다. 인터넷은 특정 플랫폼의 트래픽 수단이 아니라 창업과 혁신, 공정경쟁과 인류 협력을 위한 공공적 기반이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변치 않을 핵심은 상표권과 정당한 이름의 보호다.

인터넷은 단순히 빠르고 편리한 네트워크가 아니라, 정당한 이름과 가치가 보호되고 혁신의 씨앗이 중간 구조에 의해 착취되지 않으며, 사용자와 창업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인터넷다운 인터넷'이어야 한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디지털 경제의 출발점이며, 더 큰 갈등과 충돌을 막기 위한 시대적 과제다.

이판정 넷피아 대표 2022pjlee@naver.com

넷피아 대표 이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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