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에 D램값 급등하자
중국업체서 조달까지 검토
미 의회 반발 가능성도
애플이 미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에서 메모리칩을 사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I 투자 붐으로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자 애플이 중국 업체까지 조달처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사안에 정통한 6명을 인용해 애플이 CXMT 칩 구매에 대한 행정부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은 한 달여 전 미 상무부에 먼저 접촉했고, 백악관을 비롯한 행정부 관계자와 워싱턴 정가 인사들을 상대로도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현행 규정상 CXMT나 또 다른 중국 메모리 업체 YMTC에서 칩을 사는 것이 금지돼 있지는 않다. 다만 두 회사는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계됐다는 이유로 미 국방부의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직접적인 거래 금지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미국 기업에는 상당한 평판 리스크로 작용한다.
애플이 이례적으로 중국산 메모리 구매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치솟는 메모리 가격이 있다. FT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5일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을 20% 인상했다. 회사는 “지속 불가능한 메모리 가격”을 이유로 들었다. 가격 인상 발표 이후 애플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2630억달러 줄었다.
FT는 애플이 CXMT를 새 공급처로 확보할 경우 메모리 가격 급등에 따른 비용 압박을 일부 덜 수 있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시장은 중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3사가 장악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맥북 등에 쓰는 D램을 이들 회사에서 조달해 왔다. 그러나 최근 3년간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했고, 그 여파로 일반 전자제품에 쓰이는 D램 공급도 빠듯해졌다. 2023년 공급 과잉으로 급락했던 D램 가격은 AI 붐을 계기로 빠르게 반등했다.
문제는 CXMT가 단순한 저가 공급처가 아니라 중국 정부가 키우는 ‘메모리 국가대표’ 기업이라는 점이다. CXMT는 최근 상하이 증시 상장 승인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미 상무부가 지난해 CXMT를 수출 금지 대상 기업 목록(Entity List)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백악관이 중국과의 무역·희토류 협상 등을 이유로 보류했다고 전했다. 이 명단에 오르면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실질적으로 제한된다.
미 의회의 반발도 변수다. 애플은 2022년에도 중국 YMTC 메모리칩을 중국 판매용 아이폰에 쓰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공화당의 강한 비판을 받았다. 당시 상원 정보위원회 공화당 간사였던 마코 루비오는 FT에 “애플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애플의 CXMT 구매를 사실상 허용할 경우, 중국 기술기업을 견제해 온 의회가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애플 공급망에 변화가 일어난다면 한국 반도체 업계에도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애플 같은 대형 고객사가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 CXMT를 공급망에 넣기 시작하면, 중장기적으로 범용 D램 시장의 가격 경쟁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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