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파리 화단에서 활동하며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 1883~1956). 유화, 판화, 드로잉 등 100여 점의 엄선된 작품을 통해 그녀의 전 생애에 걸친 예술적 생애와 성취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1952년, 「타임」 기자가 일흔을 앞둔 마리 로랑생에게 물었다. “왜 평생 여성만 그리느냐”고. 그러자 그녀는 단호하게 답했다. “왜 죽은 물고기나 양파를 그려야 하죠? 소녀들이 훨씬 더 예쁜데요.” 이 한마디는 당대 미술의 관습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끝까지 지켜낸 한 예술가의 우아한 선언이었다.
20세기 초 파리 아방가르드 예술의 중심에서 ‘르 비슈 Le Biche’ 즉 ‘암사슴’이라 불리며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각인된 선구적 여성 화가가 바로 마리 로랑생이다. 그녀는 초기 몽마르트르 ‘세탁선’ 공동체의 일원으로 입체파의 영향을 받았으나, 남성 화가와 달리 유연한 형태와 고유의 파스텔 색조를 구축하며 독자적인 ‘로랑생 스타일’을 확립했다. 그녀는 유채 물감을 희석하여 수채와 수묵의 섬세한 질감을 구현해내는 실험적 기법을 통해, 장식적 역할에 매몰된 여성 회화를 독립적인 예술 영역으로 격상시켰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망명이라는 가혹한 운명 속에서도 탐미적인 화풍을 지켜낸 로랑생의 정신은 회화, 무대 미술, 패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향력을 미쳤다.
전시의 프롤로그 주제는 ‘육식 양의 탄생’이다. 그녀가 아홉 살 무렵, 아버지는 “양은 초식동물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녀 마리는 생각했다. “아니야, 그건 아버지 생각이고···. 양은 육식동물이야.”(-마리 로랑생, 자전적 에세이 『밤의 수첩』 중에서.) 이처럼 타인의 정의가 아니라 자신의 감각으로 세상을 이해하려 했던 그녀의 거침없는 첫 출발을 우리는 목격한다. 첫 번째 챕터는 1907년부터 1913년까지, ‘세탁선의 여인’으로 혁신의 물결 속에서도 자신을 지킨 그녀의 모습이다. 피카소, 브라크 등 당대의 혁신가들과 교류하면서도 로랑생은 그들의 방식에 흡수되기를 거부했다. 그녀는 남성 중심의 주류화단에 부드러운 선과 색채를 통해 ‘독자적인 회화’를 당당히 제시한다.
두 번째 챕터 ‘잊혀진 여인’은 1914년부터 1920년까지 ‘전쟁과 망명’을 그린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 국적을 박탈당한 채 이국땅을 떠돌던 망명의 시간, 로랑생은 깊은 상실과 고립 속에 놓였다. 그러나 가혹한 현실도 그녀의 붓끝을 꺾을 수는 없었다. 파스텔 톤 색채 뒤로 스며든 고독은 부조리한 시대를 견뎌낸 인내의 흔적이다.
로랑생은 1921년부터 1929년까지 파리에서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세 번째 챕터 ‘무지개 위의 춤’에선 파리 사교계의 중심이자 당대 최고의 초상화가로 전성기를 맞이한 로랑생을 보여준다. 하지만 화려한 찬사 속에서도 그녀는 여성만의 평온하고 내밀한 연대를 응시했다. 폭풍 뒤에 찬란한 무지개가 피어 오르듯, 인고 끝에 도달한 조화로운 색채가 화면에 깃든다.
구성의 마지막은 1930년부터 1956년까지의 흔들리지 않는 예술 세계를 보여준 ‘장미와 여인’이다. 대공황과 또 한 번의 전쟁으로 세상이 흔들리던 시기, 오히려 로랑생은 말년에 이르러 더욱 우아하고 화려한 소녀들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 혼란 너머의 아름다움을 응시하며 기어이 무지개를 띄워 올린 그녀만의 방식이다.
Info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기간: ~2026년 8월 23일
시간: 월~일요일 10:00~19:40(입장 마감 19:00)
[글 김은정(칼럼니스트) 사진 마이아트뮤지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36호(26.06.30) 기사입니다]


!["멋지다, 최상엽!"..조혜련, 성 바꾼 박미선♥이봉원 아들 열혈 응원[스타이슈]](https://image.starnewskorea.com/cdn-cgi/image/f=auto,w=1200,h=1533,fit=cover,q=high,sharpen=2/21/2026/07/2026070117013995123_1.jpg)



![[포토] '연습도 강속구는 못숨기지!' 키움전 앞두고 몸푸는 LG 리오스](https://image.starnewskorea.com/21/2026/07/2026070117163471608_1.jpg)
![노홍철, '장윤정 모친' 탓 16년 만 소환된 前 연인..'서로 난처' [스타이슈]](https://image.starnewskorea.com/cdn-cgi/image/f=auto,w=1200,h=1029,fit=cover,q=high,sharpen=2/21/2026/07/2026070116382723343_1.jpg)
![[포토]'김광삼 투코 지켜보는 가운데' 피칭하는 김영우](https://image.starnewskorea.com/21/2026/07/2026070117125346848_1.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