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重, KDDX 2차 입찰 참여… 보안감점 가처분으로 정면 대응

11 hours ago 3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24년 말 해군에 인도 완료한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KDX-III Batch-II) 1번함 ‘정조대왕함’의 시운전 모습. HD현대중공업 제공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24년 말 해군에 인도 완료한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KDX-III Batch-II) 1번함 ‘정조대왕함’의 시운전 모습. HD현대중공업 제공
7조8000억 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둘러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경쟁이 다시 본격화됐다. 1차 입찰에서 불참했던 HD현대중공업이 2차 입찰 참가 등록을 마치면서다. 동시에 법원에 ‘보안감점 연장 적용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방위사업청의 감점 적용 방침에도 법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HD현대중공업은 27일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 참여를 위한 입찰 참가 등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1차 입찰에서 한화오션만 단독으로 참여하자 유찰 처리하고 재입찰 절차에 들어갔다. 재공고 일정상 참가 신청은 28일, 입찰 마감은 29일로 예정돼 있다.

KDDX는 6000톤급 차세대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약 7조8000억 원 규모다. 선체와 전투체계, 대형 통합마스트 등 주요 장비를 국내 기술로 개발하고 국내 수상함 중 처음으로 통합전기식추진체계를 적용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해군 전력 강화와 국내 함정 기술 고도화의 분기점으로 꼽힌다.

HD현대중공업은 입찰 참여 배경에 대해 KDDX 기본설계 수행업체로서 축적한 기술 역량과 함정 건조 경험을 강조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국내 1위 함정 사업자로서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KDDX 사업의 성공을 위해 끝까지 책임 있는 자세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HD현대중공업 제공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HD현대중공업 제공

HD현대중공업 “보안감점 법적 근거 없이 부당하게 연장”

이번 입찰의 핵심 변수는 보안감점이다. HD현대중공업은 과거 임직원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으로 보안감점을 받은 바 있다. 방사청은 기존 1.8점 감점 적용 이후 올해 12월까지 1.2점 감점을 추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함정 사업 평가는 기술·가격 점수 차가 크지 않아 소수점 단위 감점도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날 입찰 참가 등록과 함께 법원에 ‘보안감점 연장적용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최근 입찰에 참여한 해양정보함 기본설계 제안서 평가 결과를 통해 보안감점 적용이 법적 근거 없이 부당하게 연장됐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감점이 적용된 사안을 다시 연장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1차 입찰 불참 이후 사업 포기보다 법적 대응과 입찰 참여를 병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1차 입찰 때는 보안감점과 기본설계 자료 제공 문제 등이 맞물리며 참가 여부를 고심했지만, 2차 입찰에서는 직접 경쟁에 나서면서 불리한 평가 요소에 대해서는 법원 판단을 구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KDDX를 둘러싼 갈등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같은 업체가 수행할지 여부다. 함정 사업은 통상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선도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기본설계는 함정의 전체 구조와 전투체계, 무장·레이더 배치, 추진체계 등 큰 틀을 정하는 단계다. 상세설계는 이를 실제 건조 가능한 도면과 생산 공정으로 세분화하는 과정이다.그동안 국내 주요 함정 사업에서는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이어 수행하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설계 연속성과 생산 안정성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 역시 KDDX 기본설계를 수행한 만큼 후속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에서도 사업 연속성이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반면 한화오션은 군사기밀 유출 이력을 이유로 경쟁입찰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특히 지난해 12월 충남 천안 타운홀미팅에서 대통령이 군사기밀 유출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이후 정부 내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시 대통령은 방산 사업과 관련해 “군사기밀을 빼돌려서 처벌받은 데다가 수의계약을 주느니 하는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던데 그런 것 잘 체크하라”고 말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KDDX 사업과 HD현대중공업을 겨냥한 발언으로 받아들였다.

방사청은 경쟁입찰 전환이 대통령 발언 때문이 아니라 적법성과 공정성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해당 발언 이후 “기본설계 업체라는 이유만으로 후속 사업을 맡기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문제의식이 커졌고, 보안과 공정 경쟁 원칙이 더 강하게 부각됐다고 보고 있다. 방사청은 올해 상반기 중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업체를 선정하고 7월까지 최종 계약을 체결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이번 경쟁입찰 구도에 대한 부담도 크다. 기본설계 단계에서 투입한 기술력과 경험이 후속 사업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회사 안팎에서는 기본설계 업체의 사업 연속성이 충분히 인정되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KDDX는 선체뿐 아니라 전투체계, 통합마스트, 통합전기식추진체계까지 결합되는 고난도 사업이다.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다른 업체가 맡을 경우 설계 해석, 장비 배치, 생산 공정 조율 과정에서 추가 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HD현대중공업 측이 “기본설계 수행업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입찰은 국내 수상함 시장 주도권 경쟁과도 연결된다. 국내 대형 수상함 시장은 오랫동안 HD현대중공업 중심으로 이어져왔지만,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으로 재편한 뒤 경쟁 구도가 달라졌다.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과 연계해 함정 플랫폼과 전투체계 역량을 함께 내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KDDX가 단일 사업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전체 매출에서 구축함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지만, 차세대 수상함 기술력과 해군 주력 함정 건조 이력, 향후 해외 함정 수출 경쟁력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이 보안감점 논란에도 입찰 참여를 선택한 배경에도 이 같은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2차 입찰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모두 참여하면서 KDDX 사업은 다시 경쟁 구도로 돌아섰다. 다만 보안감점 연장 적용 여부와 법원 가처분 판단, 평가 과정에서 기본설계 수행 경험을 어느 정도 반영할지가 최종 결과를 가를 변수로 남았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