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학부생 팀 "동아리방서 쪽잠 자며 만든 로봇, 세계 무대 섭니다"

1 week ago 10

9일 대전 KAIST 태울관에서 로봇 동아리 ‘MR’ 소속 정명우 팀장(오른쪽)과 팀원들이 자신들이 개발한 화성 탐사 로버 ‘GAP-1000’를 선보이고 있다.  고재연 기자

9일 대전 KAIST 태울관에서 로봇 동아리 ‘MR’ 소속 정명우 팀장(오른쪽)과 팀원들이 자신들이 개발한 화성 탐사 로버 ‘GAP-1000’를 선보이고 있다. 고재연 기자

“교수님이 주도하는 연구실이 아니라 오로지 학생들만의 힘으로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두 해냈다는 점에서 뿌듯했습니다.”

9일 대전 KAIST 태울관에서 만난 기계공학과 재학생 정명우 씨는 자신의 팀이 만든 화성 탐사 로버 ‘GAP-1000’을 선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KAIST 학부 로봇 동아리 ‘MR(Microrobot Research)’ 소속인 그는 ‘MR2’라는 팀명으로 세계 최대 대학생 화성탐사 로버 경진대회 ‘2026 유니버시티 로버 챌린지(URC)’에 출전했다. 최근 116개 참가 팀 가운데 상위 38개 팀에 선정돼 본선에 진출했다. KAIST 팀이 본선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씨는 2024년 유튜브 채널에서 URC 영상을 보고 로버를 개발하고 싶다는 뜻을 품었다. “이 정도 규모의 프로젝트는 처음이었는데,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다양한 학과에서 필요한 팀원을 한 명씩 스카우트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화성을 탐사하는 용도인 만큼 URC는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요구한다. 구체적으로 △생명탐사 △물품운송 △장비조작 △자율주행 등 4개 미션이 주어진다. 험지를 통과해 물건을 배달하는 과제부터 토양 샘플을 시추해 생명체가 있는지를 탐지하는 작업까지 수행해야 한다. 기계공학과, 전기및전자공학부, 산업디자인학과 등 다양한 전공의 학부생 13명이 한데 모여 협업했기에 가능한 프로젝트였다.

GAP-1000은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5kg 이상의 물체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6자유도 로봇 팔을 장착해 복잡한 장비 조작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내달 열리는 본선에서는 화성과 가장 비슷한 환경이라고 평가받는 미국 유타주 사막에서 극한의 테스트가 이뤄진다.

1년6개월간의 제품 개발 단계에서 가장 큰 장벽은 돈이었다. 학생들끼리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학과 지원 외에 연구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동아리에 들어오는 외주 사업을 따서 이 자금을 로버 개발에 쏟아부었다. 부모에게 일부 손을 벌리거나 주식투자로 번 돈까지 모아 비용을 댔다. 학업과 병행하다 보니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정 씨는 “지난 겨울방학에는 ‘비상 상황’을 선포하고 팀원들과 며칠씩 동아리방 소파에서 쪽잠을 자며 로버를 기한 내에 완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정 씨는 어린 시절부터 ‘로봇 마니아’였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차단된 고등학생 시절 집에 몇 달씩 틀어박혀 3D 프린터로 4족 보행 로봇을 만들었다. 로봇이 좋아 기계공학과에 입학했다.

이번 출전을 계기로 로봇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다. 정 씨는 “최근 생성형 AI를 지나 피지컬 AI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세상이 변할 때 나서야 다음 세대에 굵직한 역사를 남길 수 있지 않겠느냐는 고민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전=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