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송승현 기자] '외국변호사가 곧 경쟁력.'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무게중심이 국경 밖으로 이동하면서 대형 로펌들의 인재 영입 공식도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기업결합 금액의 85% 이상이 외국기업 관련 거래로 채워지자, 국내 M&A 전문가보다 글로벌 사모펀드(PEF)와 크로스보더 딜 경험을 갖춘 외국변호사가 '최우선 영입 대상'으로 떠올랐다. 실제 외국변호사 영입이 M&A 매출 증가로 이어진 사례까지 나타나면서 로펌 간 인재 쟁탈전도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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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M&A 무게추, 국경 밖으로… 외국변호사 영입전
2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광장은 최근 M&A 분야 4~10년차 경력을 지닌 외국변호사에 대한 공개채용을 진행 중이다.
앞서 법무법인 세종은 지난 4월 크로스보더 M&A와 사모투자 분야에서 20년 넘게 활동한 김경석 외국변호사를 영입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링클레이터스·화이트앤케이스·아놀드앤포터 등 글로벌 로펌을 거쳐 KKR·칼라일·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주요 PE가 주도한 거래를 두루 자문한 이력을 지녔다. 세종은 김 변호사가 태평양에 있을때부터 꾸준히 영입을 시도했을 정도로 오랜시간 공을 들였다.
또 다른 대형 로펌인 태평양은 강형석 외국변호사를 경쟁 로펌인 광장으로부터 전격 영입하기도 했다. 강 변호사는 폴 헤이스팅스 뉴욕사무소 등을 거쳐 넷플릭스의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인수, LVMH의 젠틀몬스터 지분 인수 등 크로스보더 딜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대형 로펌들이 외국변호사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건 M&A 딜에 국경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5년 기업결합 심사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결합 금액은 358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9.7% 늘었다. 이 중 외국기업과 연관된 거래가 305조9000억원으로 85.4%를 차지했다. 외국기업 연관 거래는 전년대비 38.4% 급증한 수준이다.
반면 국내기업 간 결합 금액은 전년 대비 8.4% 줄어든 49조7000억원에 그쳤다. 국내 중·대형 딜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형 크로스보더 딜이 채우는 양상인 것이다. 결합 금액 상위 역시 미국 시높시스의 앤시스 인수(50조원), 마스의 켈라노바 인수(49조원) 등 외국기업 간 초대형 거래가 자리했다.
외국기업의 국내기업 인수(인바운드)와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인수(아웃바운드) 중 특히 아웃바운드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국내기업이 해외기업을 인수한 거래는 13건에서 20건으로 53.8% 늘었고, 금액은 9000억원에서 2조6000억원으로 188.9% 증가했다. 포스코의 인도네시아 신흥메탈 인수, HS효성첨단소재의 벨기에 엑스트라마일 인수, 동아에스티의 일본 ITO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기업이 자문을 맡기는 일감 자체가 국경 너머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시장이 변화하면서 로펌이 갖춰야 할 역량의 기준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국내 거래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능력이 경쟁력이었다면, 이젠 서로 다른 법제와 규제를 넘나드는 거래를 설계하고 글로벌 사모펀드와 직접 협상할 수 있는 경험이 우선순위로 올라섰다. 이같은 역량은 국내에서 길러내기 어렵다. 로펌들이 해외 로펌이나 글로벌 사모펀드(PE)에서 국경 간 거래를 다뤄본 인물에 집중하는 이유다.
"영입이 매출로 연결된다"…숫자로 확인된 효과
외국변호사에 대한 공격적인 영입이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점도 올해 영입 경쟁이 격화하는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대형 로펌 중 지난해 매출 2위를 기록한 태평양의 경우 M&A 매출은 전년 대비 5%가량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9명의 외국변호사를 영입하면서 크로스보더 딜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부터 공격적인 인재 영입에 나선 세종 역시 M&A 자문 분야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업계 3위에 올랐다. 화우도 작년 첫 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윤희웅 대표 합류 이후 덩치가 커진 M&A 부문 기록이 전년 대비 80% 증가한 게 주효했다. 크로스보더 딜 분야에서 국내 톱티어 분류되는 류명현 외국변호사를 비롯해 총 9명의 M&A 변호사를 외부로부터 수혈한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영입 경쟁의 표적은 외국변호사에 그치지 않는다. 특정 산업군에 정통하거나 글로벌 사모펀드와의 거래 경험을 쌓은 국내 M&A 변호사를 향한 쟁탈전도 한층 격화되는 분위기다. 실제 세종은 태평양 M&A팀의 핵심으로 꼽히던 김방현(사법연수원 35기)·이지훈(변호사시험 4회) 변호사를 영입했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이제 로펌이 영입하는 것은 변호사 개인이 아니라 그가 들고 오는 글로벌 PEF 네트워크와 국경 간 거래 경험"이라며 "딜 건수가 아니라 딜의 무게를 다투는 시장으로 바뀐 만큼, 크로스보더 전문성을 누가 더 빨리 확보하느냐가 로펌의 순위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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