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가 파이널 라운드에 돌입하기도 전에 프로축구 K리그1 우승을 조기에 확정하면서 연말 시상식 수상자 배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게 됐다.
최근 팀 성적이 좋지 못했던 탓에 최근 K리그 시상식이 사실상 '남의 잔치'였다면, 올 시즌엔 올 시즌엔 수상을 기대해 볼 선수들이 적지 않은 덕분이다.
앞서 전북은 지난 18일 K리그1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수원FC를 꺾고, 같은 날 2위 김천 상무가 FC안양에 패배하면서 남은 파이널 라운드 5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승점 71점(21승 8무 4패)을 쌓은 전북은 2위 김천(승점 55점)과 격차를 16점으로 벌리며 2021년 이후 4년 만이자 통산 10번째 우승 대업을 조기에 이뤘다.
워낙 압도적인 우승이었던 데다 연말 시상식에서는 '우승 프리미엄'이 확실하게 적용되는 만큼 수상자 배출 기대감도 그만큼 커졌다.
K리그 시상식은 각 구단이 부문별 후보 선수를 내면,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회(TSG) 소속 위원 등 전문가로 구성된 K리그 시상식 후보 선정 위원회를 거쳐 최종 후보가 결정된 뒤 감독, 주장(선수), 미디어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최고의 별' 최우수선수상(MVP)부터 전북의 수상자 배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전북은 우승을 차지했던 2021년 홍정호가 마지막 MVP 수상자다.
MVP 후보에 한 명만 오를 수 있다 보니 치열한 내부 경쟁부터 거쳐야 한다.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보다는 여러 선수가 고르게 활약을 펼치며 우승 결실을 이룬 터라 후보 선정부터 구단 고민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우승이 확정된 뒤 거스 포옛 감독이 콕 집어 "주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어줬다"며 고마움을 전한 '주장' 박진섭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오간 박진섭은 포지션 특성상 공격 포인트(3골 1도움) 수는 적지만, 시즌 내내 꾸준하게 선수단과 수비라인을 이끈 우승팀 주장이라는 상징성이 뚜렷하다.
여기에 시즌 중반까지 놀라운 득점 행진을 보였던 전진우(14골·2도움)도 일찌감치 MVP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다만 시즌 중반 이후 급격하게 꺾인 흐름이 아무래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시즌 내내 골문을 든든하게 지키며 최소 실점을 기록 중인 골키퍼 송범근, 중원의 핵심으로 활약하며 국가대표 자원으로도 자리 잡은 미드필더 김진규 등도 내부 경쟁부터 펼칠 자원들로 꼽힌다.
전북의 MVP 배출 여부에 최대 변수는 올 시즌 무려 12골 11도움을 기록 중인 이동경(김천 상무)의 존재다.
물론 2020년 손준호와 2021년 홍정호(이상 전북), 2022년 이청용과 2023년 김영권, 2024년 조현우(이상 울산 HD) 등 최근 5시즌 연속 우승팀에서 나올 만큼 MVP는 '우승 프리미엄'이 뚜렷하다.
다만 2018년 말컹(경남FC), 2019년 김보경(울산·이상 당시 소속팀) 등 준우승팀에서 MVP가 나온 사례도 적지 않다. 말컹(26골 5도움)과 김보경(13골 9도움) 모두 압도적인 기록이 우승 프리미엄을 제친 사례들로 꼽힌다.
따라서 전북 구단 역시도 자연스레 기록 비교가 불가피한 공격 자원보다는, 우승을 이끈 '상징성'이 뚜렷한 선수를 MVP 후보로 올려 경쟁시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우승팀에서 나온 MVP들이 공격수보다는 꾸준한 활약이 더 주목받는 포지션 선수들이 많았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의 감독상은 '엄청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PO)까지 밀렸던 팀을 부임 첫 시즌 만에 조기 우승으로 이끈 포옛 감독의 수상이 기정사실인 분위기다. 이 역시 지난 2021년 김상식 당시 전북 감독 이후 4년 만의 배출에 도전한다.
변수는 21일 예정된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 결과다. 지난 3일 제주 SK전 '노 페널티킥 판정'과 관련해 소셜 미디어(SNS)에 비판 게시글을 올렸던 포옛 감독은 연맹 상벌위에 회부돼 징계가 예고돼 있다. 연맹 상벌 규정상 5경기 출장 정지 또는 600만원 이상 제재금을 받으면 시상식 개인상 후보에 오를 수 없다.
다만 포옛 감독이 분노한 당시 판정은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도 주심과 비디오 판독 심판들의 '명백한 오심'으로 결론을 내린 상태다. 압도적인 우승을 이끈 감독이 자칫 연맹 상벌위 징계 여파로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한다면, 가뜩이나 최근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또 다른 논란으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연맹 상벌위 역시도 포옛 감독에게 개인상 후보에 오르지 못할 정도의 징계를 주는 건 부담스러울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포지션별 리그 베스트11에서도 적잖은 전북 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전북은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한 전력으로 주목을 받지만, 지난 2023년과 2024년 모두 단 한 명의 베스트11 선수도 배출하지 못해 자존심을 구겼다.
올 시즌 전북의 리그 우승 원동력 중 하나가 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한 안정된 수비로 꼽히는 만큼 자연스레 그 중심에 선 송범근이나 박진섭, 홍정호 등은 베스트11 수상도 유력할 것으로 보이는 선수들이다.
특히 송범근이 베스트11 골키퍼에 선정되면, 대구FC 시절을 포함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8시즌 연속 이 상을 수상하고 있는 조현우를 제치고 새롭게 K리그 최고 골키퍼로 도약하게 된다. 전북 골키퍼의 베스트11은 2016년 권순태 이후 9년 만의 도전이다.
특히 송범근은 우승 프리미엄뿐만 아니라 클린시트(무실점 경기), 선방률 등 각종 지표에서도 조현우를 앞서고 있어 이번 시즌 베스트11 골키퍼 수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시즌 초중반까지 전북의 선두 질주를 이끌었던 전진우를 비롯해 김진규, 강상윤, 김태환 등 시즌 내내 꾸준하게 활약하며 전북 우승에 힘을 보탠 선수들도 베스트11 수상을 기대해 볼 만한 선수들로 꼽힌다.
다만 베스트11은 물론 팀 성적도 중요하지만 개인 기록 역시 중요한 지표가 된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실제 팀 성적과 무관하게 임팩트 있는 활약을 펼친 일부 선수들은 포지션별로 이미 베스트11 수상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중이다.
또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의 경우 수상 가능성이 더 높은 포지션에 후보로 나서는 이른바 '눈치싸움'도 압도적인 우승만큼이나 최대한 많은 베스트11 수상자 배출을 기대하는 전북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그나마 우승을 확정한 전북이 이제는 부담 없이 남은 파이널 라운드 5경기를 치를 수 있고, 이 과정에서 기록에 대한 선수들의 '막판 스퍼트'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득점 순위에서 전북은 전진우가 14골로 3위, 콤파뇨가 13골로 4위에 각각 올라 있다. 선두 싸박(수원FC·15골)과 격차가 크지 않아 언제든 역전이 가능하다. 조기 우승 결실 덕분에 선수들 개개인도 기록 욕심을 내볼 만한 상황이 됐다.
도움 기록은 다만 김진규가 5개로 선두 세징야(대구FC)·이동경(이상 11개)과 격차가 커 도움상 타이틀까지 품기에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대신 득점상 타이틀을 품는 공격수가 전북에서 나온다면, 베스트11 경쟁은 물론 다관왕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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