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서 앞다퉈 로보어트바이저 서비스 확대
사람보다 빠른 데이터 분석 능력, 24시간 운용
블랙박스 리스크·극단 상황 대응력 등 검증 필요
국내 금융소비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인공지능(AI)에 자산관리를 맡길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하나금융연구소의 ‘2026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AI 기반 자산관리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86.3%에 달했다. AI가 단순 투자 추천을 넘어 노후 설계와 자산 승계까지 관여하는 ‘디지털 자산관리사’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변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가 앞다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AI가 투자 성향을 분석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리밸런싱하는 서비스가 대중화되고 있다. 과거 프라이빗뱅킹(PB) 고객만 누리던 자산관리 서비스를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한 번의 투자 성향 진단만으로 글로벌 ETF 중심 포트폴리오가 구성되고 시장 변동에 따라 자동 조정된다”며 “지난해 변동성이 컸던 장세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낮은 수수료 역시 AI 자산관리의 강점으로 꼽힌다. 일반 공모펀드나 PB 서비스보다 비용 부담이 적어 젊은 투자자 유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에는 로보어드바이저를 넘어 ‘에이전틱AI’가 금융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로보어드바이저가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자산을 운용했다면, 에이전틱AI는 경제지표와 기업 실적, 뉴스, 환율, 시장 심리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 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까지 수행한다.
금융사들이 AI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사람보다 빠른 데이터 분석 능력과 24시간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투자 경험이 부족한 초보 투자자에게는 낮은 비용으로 전문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AI가 금융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AI 자산관리에 대한 기대가 커질수록 경계해야 할 위험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이른바 ‘블랙박스 리스크’다. AI가 특정 종목이나 자산을 추천했더라도 투자자가 그 이유를 명확히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결과는 보이지만 의사결정 과정은 보이지 않는 셈이다. 투자 판단의 근거를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는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극단적 시장 상황에 대한 대응력도 검증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AI 모델은 과거 데이터를 학습해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금융위기나 팬데믹, 지정학적 충돌과 같은 ‘블랙스완’ 이벤트는 학습 데이터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는 높은 성과를 내더라도 위기 국면에서는 예상치 못한 오류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정보와 보안 문제도 해결 과제다. AI 자산관리 서비스는 투자 성향, 소비 패턴, 금융거래 내역 등 민감한 정보를 대량으로 활용한다. 데이터 유출이나 해킹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 규모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역시 AI 활용 확대에 맞춰 규제 정비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AI 투자 자문 과정에서 설명 가능성을 높이고, 인간 전문가가 최종 점검하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인간 자산관리사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투자 실행과 데이터 분석은 AI가 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세금·상속·은퇴 설계와 같은 복합적인 의사결정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AI는 투자의 속도와 효율성을 높여주는 강력한 도구지만, 투자 책임까지 대신해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는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간 전문가가 최종 판단하는 하이브리드 자산관리 모델이 시장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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