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G 팬들 “하늘로 간 딸 추모”… 엔리케에 챔스 우승 감사선물

1 day ago 5

PSG, 창단 55년만에 첫 챔스 우승
엔리케, PSG 4관왕 견인 명장 입증
2019년 암으로 세상 떠난 딸 추모… 팬들, 거대한 천 펼쳐 ‘부녀 오마주’
이강인, 박지성 이어 2번째 ‘빅이어’

이강인(왼쪽)이 팀 동료들과 챔피언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뮌헨=신화 뉴시스

이강인(왼쪽)이 팀 동료들과 챔피언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뮌헨=신화 뉴시스

엔리케 감독 뭉클하게 만든 팬들의 선물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의 팬들이 1일 독일 뮌헨의 뮌헨 풋볼 아레나에서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과 6년 전 세상을 떠난 엔리케 감독의 딸 사나의 모습이 그려진 천을 펼치고 있다. 팬들은 이날 PSG가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인터 밀란(이탈리아)을 5-0으로 꺾고 정상에 오른 뒤 엔리케 감독의 딸 사나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이런 천을 꺼내 들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엔리케 감독 뭉클하게 만든 팬들의 선물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의 팬들이 1일 독일 뮌헨의 뮌헨 풋볼 아레나에서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과 6년 전 세상을 떠난 엔리케 감독의 딸 사나의 모습이 그려진 천을 펼치고 있다. 팬들은 이날 PSG가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인터 밀란(이탈리아)을 5-0으로 꺾고 정상에 오른 뒤 엔리케 감독의 딸 사나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이런 천을 꺼내 들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루이스 엔리케 감독(55·스페인)은 1일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의 역사적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첫 우승을 이끈 뒤 관중석에서 검은색 티셔츠 한 장을 건네받았다. 그가 갈아입은 티셔츠엔 아빠와 딸로 보이는 만화 캐릭터가 PSG 깃발을 들고 있었다. ‘우리가 챔피언’이라는 문구도 담겨 있었다. PSG 팬들이 관중석에서 펼친 대형 천 속 그림도 비슷했다. 여기엔 엔리케 감독이 PSG 깃발을 경기장에 꽂는 걸 딸 사나가 바라보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엔리케 감독이 FC바르셀로나(바르사·스페인)를 이끌고 2014∼2015시즌 챔스리그 우승을 차지했을 때 그와 함께 팀 깃발을 그라운드에 꽂았던 막내딸 사나의 모습을 오마주한 것이다.

루이스 엔리케 파리 생제르맹(PSG) 감독이 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미소 짓고 있다. 그가 입은 티셔츠엔 자신과 6년 전 세상을 떠난 딸을 표현한 만화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사진 출처 UEFA 챔피언스리그 인스타그램

루이스 엔리케 파리 생제르맹(PSG) 감독이 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미소 짓고 있다. 그가 입은 티셔츠엔 자신과 6년 전 세상을 떠난 딸을 표현한 만화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사진 출처 UEFA 챔피언스리그 인스타그램
PSG는 이날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챔스리그 결승전에서 인터 밀란(이탈리아)을 5-0으로 대파하고 1970년 창단 후 55년 만에 유럽 최정상에 섰다. 하지만 10년 전 엔리케 감독의 손을 잡고 깡충깡충 뛰어다니며 챔피언 세리머니를 함께 했던 사나는 이날 아빠 곁에 없었다. 열 살이던 2019년 뼈암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당시 스페인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고 마지막까지 딸의 곁을 지켰던 엔리케 감독은 인생 최고의 순간에 다시 사나를 떠올렸다. “나는 늘 사나를 생각하고, 지금도 곁에 있다고 느낀다. (사나를 추모해 준) 팬들의 마음이 너무 아름다웠다.”

2011년 카타르 스포츠 인베스트먼츠에 인수된 PSG는 이후 ‘오일머니’를 앞세워 네이마르(33·브라질), 리오넬 메시(38·아르헨티나) 등 스타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지만 유럽의 강팀들끼리 경쟁하는 챔스리그에선 번번이 우승에 실패했다. ‘돈으로 빅이어(챔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살 수는 없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들었다.

메시와 네이마르가 팀을 떠난 2023년 PSG 지휘봉을 잡은 엔리케 감독은 모래알 같던 팀의 색깔을 바꿨다. 영국 BBC는 “PSG는 엔리케 감독 부임 이후 슈퍼스타 중심의 문화에서 벗어났다. 엔리케 감독은 스타 선수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리그1 득점왕에 여섯 차례 오른 킬리안 음바페(27·프랑스)도 예외가 아니었다. 엔리케 감독이 미팅룸에 음바페를 앉혀놓고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미국)은 수비도 미친 듯이 했다. 네가 수비에서도 적극적인 리더가 되길 바란다”며 강하게 지시하는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음바페가 지난해 7월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 이적한 뒤 엔리케 감독은 구단 수뇌부들을 모아 놓고 “나는 더 젊고, 더 많이 뛰고, 더 응집력 있는 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사령탑의 철학 아래 이번 시즌 내내 젊은 선수들은 헌신적 플레이를 보여줬고, PSG는 유럽 최강팀으로 거듭났다. 결승전에서 2골을 넣은 유망주 데지레 두에(20·프랑스)와 챔스리그에서 8골을 넣은 ‘에이스’ 우스만 뎀벨레(28·프랑스) 등은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결승전 선발 출전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25세로 인터 밀란보다 다섯 살 어렸던 PSG는 강한 압박과 날카로운 역습으로 역대 챔스리그 결승전 최다 골 차 승리를 거뒀다.

10년 전 엔리케 감독이 바르사에서 챔스리그를 포함해 ‘트레블’(3관왕)을 달성했을 때 그의 리더십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당시 메시와 네이마르 등을 보유한 바르사는 ‘역사상 최고의 팀’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리케 감독은 메시, 네이마르, 음바페가 없는 이번 시즌 PSG를 리그1과 프랑스컵, 프랑스 슈퍼컵 우승을 합쳐 ‘쿼드러플’(4관왕)로 이끌었다. 엔리케 감독은 페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54·스페인)에 이어 유럽 축구 역대 두 번째로 서로 다른 두 팀에서 3관왕을 이룬 명실상부한 ‘명장’이 됐다.

PSG 이강인(24)은 결승전에 결장했지만 2007∼2008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소속으로 우승을 차지한 박지성(은퇴)에 이어 두 번째로 빅이어를 든 한국 선수가 됐다. 이강인은 시상식에서는 무대 중앙에서 동료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한편 PSG는 8월 14일 이탈리아에서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한 손흥민(33)의 토트넘(잉글랜드)과 UEFA 슈퍼컵에서 격돌한다. UEFA 슈퍼컵은 직전 시즌 챔스리그 우승팀과 유로파리그 우승팀이 단판 승부로 정상을 가리는 대회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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