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올해 금값 상승세 1979년 오일쇼크 이후 최대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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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0% 급등…전쟁·트럼프 정책 혼란에 안전자산 선호 강화
헤지펀드 보유량 47%가 금상품…트럼프 아들도 금상품 광고

금과 은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는 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관계자가 골드바를 내보이고 있다. 최근 금값이 상승세를 탄 건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키운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25.9.3 뉴스1

금과 은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는 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관계자가 골드바를 내보이고 있다. 최근 금값이 상승세를 탄 건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키운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25.9.3 뉴스1
올해 금값이 40% 급등하며 1979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나 2007~2009년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네바다에 거주하는 은퇴자 케네스 팩은 올해 4월 처음으로 금에 투자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나타난 정책 혼란에 대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팩은 관세를 둘러싼 혼란을 예로 들어 “이상함이 새로운 표준이 된 것 같다”며 금과 관련 주식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17%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최근 금 투자 열풍은 미국 대형마트부터 런던 지하 금고, 월스트리트까지 확산하고 있다. 금값은 올해 들어 온스당 3682.20달러(약 510만5000원)까지 치솟았으며, 이는 1979년 글로벌 에너지 위기(오일쇼크) 당시 인플레이션 충격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이번 금값 급등은 단순한 금융 위기 때문만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질서 재편 시도와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한 압박은 경제 전망을 불확실하게 만들었고, 달러는 50년 만에 가장 약세를 보였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등 곳곳에서 전쟁이 지속되며 시장 불안이 가중됐다.

런던 하이드파크 인근에서 금고 서비스를 운영하는 IBV 인터내셔널 볼트의 숀 후이 대표는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상황이 더 나빠질까?’라고 묻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부유층 고객들이 금을 보관하기 위해 몰려들고 있으며 “지금 대부분의 사람은 금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매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값 상승은 약 3년 전 중앙은행들과 중국 투자자들이 금괴를 사들이면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올해는 특히 서구권 투자자들이 금 관련 ETF에 대거 자금을 투입하면서 상승세를 이끌었다. 미국 내 실물 금 연계 ETF의 순자산은 올해 들어 43% 증가했으며, 3월과 4월은 2014년 이후 최대 유입을 기록했다.

지난 8월에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금값이 다시 급등했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지만, 금리가 낮아지면 국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높아진다. 삭소은행의 상품 전략 책임자 올레 한센은 “9월 초 기준 헤지펀드의 순 상품 보유량 중 47%가 금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시장은 1979년 금값 급등을 촉발했던 것과 유사한 높은 인플레이션과 저성장이 뒤섞인 상황(스태그플레이션 의미)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는 금값에는 완벽한 환경이다.

미국 경제 성장과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역할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면서 금값 상승세가 약화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역 갈등과 미국의 세계 경제 영향력 축소를 고려할 때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미국 소비자들의 경기 전망이 점점 어두워지는 가운데,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급등한 금을 팔아 현금화(이익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금을 보석점이나 수리점에 맡겨 녹여 판매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트럼프 일가도 동참했다. 트럼프 대통령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최근 몇 달간 은퇴 계좌를 금으로 전환해주는 업체의 온라인 광고에 등장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공유된 광고에서 “잃을 게 뭐가 있겠나?”라며 무료 상담을 권유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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