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유럽의회 의원들에 부과했던 제재를 4년 만에 해제했다. 2021년 유럽연합(EU)이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를 이유로 중국 고위 인사들을 제재하자, 이에 대한 ‘맞불 조치’로 단행됐던 보복 제재가 공식 철회된 것이다.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은 30일(현지시간) 의장단 회의 후 성명을 통해 “중국이 유럽의회 소속 의원 5명과 그 가족, 의회 산하 인권소위원회 등에 가했던 제재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럽의회는 “이번 결정은 EU와 중국 간 정치적 대화 복원의 중요한 이정표”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앞서 EU는 2021년 3월 위구르족 인권 침해를 이유로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 4명과 단체 1곳에 제재를 가했다. 이에 중국은 유럽의회 의원 5명을 포함해 유럽 국적 인사 10명과 인권소위원회 등 4개 단체를 맞대응 제재 명단에 올렸다. 당시 유럽의회는 “제재가 철회되지 않는 한 양자 협정은 물론 중국과의 모든 공식 교류를 중단하겠다”고 반발했고, 이미 체결된 포괄적투자협정(CAI)의 비준도 거부했다. 이후 해당 협정은 사실상 폐기됐다.
이번 제재 해제는 중국 측이 지난해 9월부터 유럽의회에 관계 회복 의지를 타진해온 결과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들어 양측은 비공개 실무 협의를 통해 신뢰 회복의 물꼬를 트기 위한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이 같은 유화 제스처는 최근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되는 가운데 EU와의 협력 공간을 넓히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도 평가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1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의 회담에서 “관세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며 “중국과 유럽은 미국의 일방주의적 압박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번 제재 해제가 CAI 재협상 등 경제 협력 복원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유럽의회 측은 경계심도 유지했다. 의장단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여전히 풀리지 않은 도전 과제가 있다”며 “유럽의회는 글로벌 파트너와의 교류 과정에서도 보편적 인권과 기본 가치의 수호자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