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이 흔들리자 유럽 기업들이 중국 정부에 수출 승인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화이트리스트’ 전용 채널 마련을 공식 요청했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유럽 기업들이 최근 중국 상무부와의 회의에서 신뢰할 수 있는 기업에 한해 수출 승인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공식 채널, 이른바 ‘클린 채널’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한 유럽 기업 임원은 “중국 측은 우리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며 “중국 상무부가 수출 승인 절차를 효율화할 ‘혁신적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는 수출 건별로 허가받는 대신 일정 물량에 포괄적으로 승인을 내주는 방안도 논의됐다. 중국은 최근 전 세계에서 희토류 수출 허가 신청이 몰려 행정 처리 속도가 급격히 느려졌다. 연간 2000㎏을 수출하던 한 기업은 올해 들어 75㎏밖에 허가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대응에 나섰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회동해 관련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자동차, 세탁기 등 각종 산업 제품의 납품이 희토류 부족으로 지연되고 있다”며 중국 측에 조속한 조치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희토류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최대 145%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이의 대응으로 희토류 등 전략 광물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미국을 겨냥한 조치였지만 유럽 일본 인도 등도 연쇄 타격을 받고 있다. 일본 완성차 업체 스즈키는 희토류 부족으로 일부 차종 생산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중국 상무부는 “희토류와 같이 민간용과 군사용으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품목의 수출 허가는 국제관례에 따라 법적으로 심사하고 있다”며 “요건을 충족한 신청은 합법적인 무역이 이뤄지도록 승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