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종섭 호주 도피 의혹' 첫 공판…인사권 vs 범인도피 정면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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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재판에 참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사진=뉴스1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재판에 참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사진=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수사를 피하게 했다는 이른바 '도피 의혹' 사건의 1심 재판이 본격 시작됐다. 이번 재판에서는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와 형사책임의 범위를 둘러싼 공방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31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범인도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과 관계자들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9월경 법무부·외교부·국가안보실 등과 공모해 공수처 수사 대상이던 이 전 장관을 도피시킬 목적으로 주호주대사에 임명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출국금지 상태였던 이 전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 해제를 유도하고 임명을 신속히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권력을 남용했다고 보고 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서 군 수사 결과가 번복되고 윗선 개입 의혹이 제기되자,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됐다. 이후 대통령실과 관계 부처가 관여해 대사 임명 절차가 추진됐고, 법무부가 출국금지 해제를 결정하면서 이 전 장관은 호주로 출국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직권남용과 범인도피 행위가 결합된 것으로 보고 공범 관계까지 적용했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 측은 "대사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에 따른 정책적 판단일 뿐이며, 수사를 회피시키기 위한 목적이나 공모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출국금지 해제는 법무부의 독립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대통령이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 전 대통령 역시 직접 발언에 나서 "이 전 장관은 방산 수출 성과를 낸 인물로, 호주 대사 임명은 안보·외교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며 "수사기관에 고발됐다는 이유만으로 공직 임명이 제한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사진=뉴스1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사진=뉴스1

다른 피고인들 역시 혐의를 부인했다. 조태용·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 측은 통상적 인사 절차에 따른 업무 수행이었을 뿐 위법한 영향력 행사는 없었다고 주장했고,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심우정 전 차관 측은 출국금지 해제 과정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범인도피죄가 성립하려면 고의성과 도피 목적이 인정돼야 하는데, 해당 요건이 전혀 충족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날 쟁점을 정리하며 "호주대사 임명이 실제로 범인도피 행위에 해당하는지, 인사권 행사가 수사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특히 "출국금지 해제 과정과 임명 결정 사이의 인과관계, 그리고 각 피고인의 역할과 공모 여부가 주요 판단 대상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범인도피죄는 범죄 혐의자가 수사나 재판을 피하도록 도와주는 행위를 처벌하는 범죄로, 단순히 결과적으로 도피가 이뤄졌다는 사정만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특히 인사권 행사나 공적 업무와 결합된 사안의 경우 행위의 외형만으로 위법성을 단정하기 어려워, 실제로 도피 의도가 있었는지를 둘러싼 판단이 핵심 쟁점이 된다.

재판부는 오는 4월 12일 제 3자 증인에 대한 증인신문을 시작으로 피고인들에 대한 증인 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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