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국방비 지출을 대폭 늘리는 내년도 예산안을 승인했다. 군사 지출 확대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재정적자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연방정부는 내각회의에서 5205억유로(약 827조원) 규모의 2026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국방비는 올해보다 32% 늘어난 837억유로(약 132조원)로 편성됐다.
예산의 상당 부분을 신규 부채로 마련한다. 독일 정부는 내년 1743억유로를 차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505억유로보다 세 배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정부 투자도 1267억유로로 계획해 역대 최대 규모다.
대규모 차입이 가능해진 건 지난 3월 독일 의회가 신규 부채 한도를 규정한 ‘부채 브레이크’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국방비에 한해 해당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사실상 국방 분야에 무제한 지출을 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신규 부채 한도가 국내총생산(GDP)의 0.35%로 제한됐다. 유럽의 안보 불안이 커지자 독일 정부는 국방비를 해마다 증액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은 2035년까지 GDP의 5%를 국방 및 관련 인프라에 쓰기로 합의했다.
다만 2027년부터 2029년까지 1720억유로 재정적자가 예정돼 있다. 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재무장관은 예산안을 발표하며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세금을 인상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부처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예산 삭감과 복지 시스템 개혁이 필요할 수 있다”며 “향후 12개월 동안 우리가 극복해야 할 큰 과제 중 하나”라고 경고했다. 예산안은 의회 논의를 거쳐 올해 말 최종 확정된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