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4일(현지시간) 자국 ‘반도체법’에 따라 미국에 투자한 반도체 업체들에 제공키로 한 보조금 일부에 대해 재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내 투자와 연계해 받기로 한 보조금 규모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이날 상원 세출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전임 바이든 행정부 시기 반도체법에 따라 제공키로 한 보조금 중 몇몇은 과도하게 관대해 보인다”며 “그 중 몇 건은 우리가 재협상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러트닉 장관은 “모든 합의는 더 나아지고 있다”며 “아직 합의가 안 되는 것들은 애초부터 합의되지 말았어야 할 것들뿐”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 정부와 기업 간에 이미 합의된 반도체법 관련 보조금이 일부 조정되거나 무효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받기로 한 보조금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앞서 바이든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팬데믹 기간 심화된 반도체 수급 불안 해소를 위한 ‘반도체과학법’에 서명했다. 이 법은 기업들의 미국내 설비투자 규모와 연동해 보조금을 책정, 미국 및 제3국 반도체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지원 규모는 5년간 총 527억 달러(약 72조원)에 달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약 370억달러(약 51조원)를 투입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며, 미국 상무부는 해당 투자에 대해 47억4500만달러(약 6조5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키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고급 패키징 생산시설을 신설할 계획이며, 미 상무부는 이에 최대 4억5800만 달러(약 6300억원)를 지원하기로 계약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보조금을 주지 않아도 관세로 압박하면 기업들이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다. 지난 3월4일 의회 연설에서도 이런 주장을 반복하며 반도체법 폐기를 촉구한 바 있다.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같은 날 반도체 보조금 재협상과 함께 민간 항공기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 역시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철강·알루미늄·자동차·자동차 부품 등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구리·목재·반도체·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 부과도 예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