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 핵시설 3곳을 전격 공습한 가운데 이란의 보복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에 대해 “터무니없으며, 영원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혀 보복을 예고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과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어페어스 등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의 공습에 대응해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타깃으로는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등에 산재한 중동 내 미군기지가 우선 거론된다.
문제는 보복 수위다. 이란이 보복에 나섰다는 명분만 챙길 정도로 제한된 공격에 나서면, 향후 미국과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 볼 여지가 생긴다. 조너선 파니코프(Jonathan Panikoff) 애틀랜틱 카운슬 중동 안보 이니셔티브 책임자는 “이란은 중동 내 미군 기지를 제한적으로 타격해 의도적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이란 정권으로서는 보복에 나섰다는 체면을 유지하면서 (미국과) 외교 재개를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이 미국의 공격에 ‘제한된 보복’에 나선 전례도 있다. 2020년 1월 이란은 미국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사살하자, 지대지 미사일 10여 기를 동원해 이라크의 아인 알아사드 미 공군기지를 공습했다. 미군 측 사망자는 없었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맞보복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란의 ‘제한된 보복’에도 미국이 향후 외교적 해법 모색을 등한시한다면 확전 위험은 높아진다. 자존심에 타격을 입은 이란 정권 내부에서 대미 강경파들의 입김이 더욱 강화될 수 있어서다. 핵 개발에 더 집착하면서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테러 공격과 사이버전으로 집요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파니코프 책임자는 “미국이 이란에 물밑 협상 채널을 열어주지 않으면 강경파가 주도권을 쥐고 사태를 더욱 위험한 방향으로 몰고 갈 것”이라며 “이란은 중동 내 대리 세력을 활용해 미군과 유대인을 공격하고,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테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란이 대규모 보복에 나설 경우에도 이번 사태가 확전으로 번질 위험이 높아진다. 중동 지역에서 미군의 피해가 커지고 미국인에 대한 테러 공격이 감행되면 미국도 전면 개입을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다는 얘기다. 일란 골든버그(ilan goldenberg) 전 미국신안보센터 중동 안보 선임연구원은 “이란이 더 포괄적인 공격을 감행해 다수의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면 미국은 이란과 장기전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