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CFTC "전쟁·테러·암살 예측시장 금지…스포츠는 대부분 허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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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시장 관장하는 미국 금융당국, 포괄적 예측시장 규제안 제시
대부분 스포츠관련 베팅 허용하되 反공익·조작가능한 게약 제한
선수 부상여부 예측 및 전쟁·테러·암살 등 관련 예측은 금지될 듯
"성장은 허용한다" 기본 입장…투자자 보호 추가규제는 검토 중

  • 등록 2026-06-11 오전 10:30:20

    수정 2026-06-11 오전 10:30:20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주로 파생상품시장을 규제하는 금융당국인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s)에 대한 새로운 포괄 규제안을 내놓았다. 전쟁과 테러, 암살 등과 관련된 반공익적 베팅을 강하게 제한하는 한편, 스포츠 관련 예측시장은 대부분 계속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설계했다. 또 향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추가 규제도 검토하기로 했다.

미국 CFTC는 공익(public interest)에 부합하지 않거나 조작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예측 계약(event contracts)을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는 내용을 담은 이 같은 포괄적 규제안을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CFTC는 이번 규제안에서 스포츠 베팅시장 확대의 계기가 됐던 ‘게임(gaming)’의 정의를 보다 좁게 규정했다. 새 규제안에 따르면 게임은 기본적으로 “순수한 운(pure luck)에 의해 결정되는 행위”로 정의된다. 이런 정의는 현재 거래되고 있는 대부분의 스포츠 예측 계약을 계속 허용하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임명됐던 마이클 셀릭 CFTC 위원장은 이날 “CFTC는 규제시장의 건전성을 보호하면서도 책임 있는 혁신을 가로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규제안은 CFTC가 급성장하는 예측시장 산업에 대해 독점적 감독권(exclusive jurisdiction)을 주장하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기본적으로 CFTC는 예측시장 계약을 파생상품(derivatives)의 일종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향후 투자자들은 예측시장에서 FIFA 월드컵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 경기 결과나 미국과 이란 간 평화협정 체결 시점, 주요 선거 결과, 기업들의 실적 등 거의 모든 이벤트에 베팅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스포츠 관련 예측 계약은 제한될 수 있다. 일례로 스포츠 선수의 부상 여부에 대해 베팅하거나 경기 첫 투구 결과에 베팅하는 이른바 ‘퍼스트 피치(first-pitch) 베팅’ 등 조작 가능성이 높은 부분을 규제하겠다는 얘기다. 특히 퍼스트 피치 베팅은 과거 메이저리그 올스타 투수가 연루된 승부조작 사건과 유사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 특정 선수 한 명에 의해 결과가 갈리는 이벤트도 베팅이 제한될 전망이다.

또한 전쟁과 테러, 암살 등과 관련된 대부분의 예측 계약도 공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금지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쟁 관련 예측 계약은 가장 논란이 큰 분야 중 하나다. 지정학적 충돌과 군사 작전에 대한 정보는 기밀 정보와 직결될 수 있으며 실제 생명과 안전 문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올 4월에는 미국 군인이 베네수엘라 지도자 니콜라스 마두로 체포 작전과 관련된 정보를 활용해 거래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도 있었다. 이에 따라 일부 미국 의원들은 전쟁 관련 예측 계약을 미국 규제 플랫폼에서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다만 이번 규정은 특정 계약 유형을 일괄적으로 금지하지는 않는다. 대신 CFTC가 개별 계약을 심사할 때 고려할 기준과 판단 요소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CFTC는 이미 어떤 유형의 베팅을 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예비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최대 예측시장 플랫폼 중 하나인 칼시(Kalshi)는 규제 강화에 대비해 일부 이용자에게 고용주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규제안과 칼시의 조치는 선거 결과, 기업 실적, 슈퍼볼 하프타임 쇼 결과까지 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 환경에서 규칙이 아직 정립되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준다.

일단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예측시장 플랫폼 프로핏엑스(ProphetX)의 딘 사이선 최고경영자(CEO)는 “게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면 기관투자자들이 이 새로운 자산군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스포츠 중심 플랫폼들은 각 주별 도박 규정을 따르는 대신 연방 규제기관인 CFTC만 상대하면 된다는 점에서 규제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자체 스포츠 도박 규제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 각 주 정부들의 입장과는 다소 상반된다. 일부 주 정부는 예측시장이 사실상 스포츠 도박을 우회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베터마켓(Better Markets)도 이번 규제안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번 규정은 도박을 장려할 뿐 아니라 CFTC가 금융안정성 확보와 금융위기 예방이라는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게 만든다”며 합법적인 금융시장과 도박 사이의 경계가 더 흐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측시장은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전 규제 공백 속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플랫폼들은 정치 선거, 경제지표, 기업 실적, 스포츠 경기 등 다양한 이벤트를 대상으로 새로운 계약을 출시했다. 트럼프 일가 역시 이 시장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중 한 명은 칼시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으며, 또 다른 대형 플랫폼인 Polymarket과도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마켓은 미국 밖에서 운영되는 대규모 예측시장 플랫폼으로 현재 미국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원래 CFTC는 상품 및 파생상품 시장을 감독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CFTC는 예측시장 계약을 일종의 스왑(Swap) 거래로 간주한다. 과거 행정부 시절에는 CFTC가 칼시와 폴리마켓 등의 선거 및 스포츠 관련 계약 상장을 막아왔다. 그러나 셀리그 위원장 체제에서는 기조가 크게 바뀌었다. 올해 들어 CFTC는 칼시 등의 영업을 제한하려는 주 정부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며 예측시장 플랫폼에 보다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일부 정치권에서는 강한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은 스포츠 경기와 비디오 포커, 블랙잭, 빙고 등 카지노형 게임과 관련된 계약을 미국 규제 예측시장에 상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초당적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번 규제안은 앞으로 45일간 공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다만 이것이 끝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CFTC는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추가 규정도 검토 중이다. 따라서 향후 예측시장 산업은 스포츠·정치·경제 이벤트 거래를 계속 확대하는 동시에, 시장 조작 방지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 체계를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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