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 위협에 유럽 수출부진 ‘이중고’… 현대차 “최악 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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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협상 안갯속
상반기 유럽 판매량 31만대… 0.6% ↓
인도, 소형차 인기에 이익률 안높아
현대차 “코로나19 때와 같은 위기… 美서 생산-판매, 점유율 방어에 최선”

그간 공들여온 ‘글로벌 3대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입지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세계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다.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유럽과 세 번째 시장인 인도에서도 현지 자동차 시장 자체가 침체하면서 수출 부진으로 이어질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북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출 시장인 유럽에서 올해 상반기(1∼6월) 현대차 31만2000여 대, 기아 27만1000여 대를 판매했다. 각각 1년 전 대비 0.6%, 3.9% 줄어든 판매량이다. 여기에 유럽의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기 시작하면서 올해는 유럽 수출 비중을 늘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자동차제조사협회(ACEA)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유럽 지역의 신차 등록 대수는 1.9% 감소했다. 유럽 역시 미국 상호관세의 영향을 받는 데다 경기 침체와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소비 여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로이터는 최근 “내연기관차 환경 규제 등의 영향까지 받아 주요 자동차업체의 판매 대수가 모두 감소했다”며 “반면 BYD 등 ACEA에 등록되지 않은 중국 자동차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판매 대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현대차그룹이 인도 시장에 판매한 차 대수는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모두 합계 43만 대 수준으로 ‘옆걸음’을 했다. 인도 자동차제조업협회(SIAM)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내수 시장은 1.9% 성장했지만, 2023년 성장률 8.4%에 비하면 크게 둔화했다. 인도에서 인기 있는 차량들이 소형차 중심이어서 판매 대수 대비 이익률이 높지 않은 점도 현대차가 인도 시장을 두고 고민하는 요인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은 정부의 관세 협상 결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유일하게 성장세에 있는 고부가가치 시장인 북미에서 타격이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회사 내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때처럼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미국 시장 내 점유율 방어에 주력할 방침이다. 하이브리드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에 최대한 집중해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차량인 투싼의 경우 가솔린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격 차이가 500만 원에 달한다.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판매에도 공들이고 있다. 제네시스 북미 법인은 올해 미국 내 제네시스 전담 판매 영업소 8곳을 새로 열어 전체 영업소를 68곳으로 늘리기도 했다.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차는 최대한 미국 내에서 판다는 전략도 마련했다. 정성국 기아 IR·전략투자담당 전무는 실적 발표 당시 “미국 조지아 공장 등에서 생산해 각국으로 수출하던 물량을 최대한 미국 현지 물량으로 돌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 외에 현대차그룹은 차량 판매 딜러사에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애초 계획보다 낮추기로 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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