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전략서도 '돈로주의'
북핵 '위험초래' 경고 수준서
미국에 현존하는 핵공격 위협
트럼프 추진 美 핵현대화 등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할듯
북 비핵화 목표는 기술 안해
서반구서 美군사적 우위 강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23일(현지시간) 공개한 새 국방전략(NDS)에서 북한의 핵전력을 두고 "미국 본토에 대한 분명하고 현존하는 핵 공격 위험을 제기한다"고 기술했다. 북한의 핵 능력이 과거에 비해 강화됐을 뿐만 아니라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현재도 위협이 크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이는 2022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작성된 NDS보다 훨씬 더 북한의 위협 수준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당시 NDS는 북한을 "중국, 러시아와 같은 규모의 경쟁 상대는 아니다"고 표현했고, 북한의 핵·탄도미사일·화학무기 등이 미국 본토와 인도·태평양 지역에 "지속적인 위협과 점증하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수준이었다.
이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북한의 핵 능력을 반영했을 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 '골든돔' 프로젝트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되는 모습이다.
미국은 새로운 NDS에서도 작년 12월 발표된 상위 문서 격인 국가안보전략(NSS)과 마찬가지로 '북한 비핵화'를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2022년에는 NDS와 함께 발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포함된 바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아직 NPR을 발표하지 않아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NSS에 이어 NDS에서도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사라진 것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우선 북한 비핵화를 현실적인 대외정책 목표로 추구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만큼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4월 방중을 앞두고 북한과 소통 채널을 복구하기 위해 전방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혀왔지만, NDS에서 언급이 사라진 것은 미국의 안보 우선순위에서 북한이 후순위로 밀려난 것이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번에 나온 NDS의 '안보 환경' 분야에서도 미국 본토와 서반구, 중국, 러시아, 이란에 이어 북한은 다섯 번째로 배치됐다. 2022년 공개된 NDS는 북한을 중국·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 위협으로 거론했었다. 물론 2022년과 이번 버전은 구성이 달라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표면적으로 북한이 미국 안보의 우선순위 가운데 가장 마지막 순위로 내려간 것은 사실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을 주요 위협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북한이 오히려 핵·미사일 개발의 정당성을 강화할 명분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북한은 미국의 대북위협론을 강조하며 적반하장식 비판에 나설 것"이라며 "오는 9차 당대회에서 자위적 핵 억제력의 질적·양적 증대와 국방력 강화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국방비 지출 확대 요구와 관련해서는 중국 견제라는 핵심 목표에 한국을 얼마나 끌어들일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NDS에는 다행히 언급되지 않았지만, 상위 지침인 백악관 NSS에는 대만 해협에서 한국과 일본의 책임 및 비용 증대가 명시돼 있다"며 "한국군의 역할이 북한 위협에 대한 대비를 넘어 역내 주요 역할로 확장되기를 원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NDS에서 미국 본토 방어뿐 아니라 미주 대륙에서의 영향력 확보를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서반구(남북아메리카)를 사실상 '미 본토(homeland)'로 규정하며 이에 대한 방어를 우선순위로 제시하는 '돈로주의'를 NDS에 담은 것이다.
NDS는 "전쟁부는 서반구에서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회복할 것"이라며 "적대 세력이 서반구에 병력이나 기타 위협적 역량을 배치하는 것을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먼로주의에 대한 '트럼프 보충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본토 방어 다음으로는 중국과 러시아를 차례로 거론했다. NDS는 중국에 대해선 "존중하는 관계를 추구한다"며 "대치가 아닌, 힘을 통해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만과 관련한 직접적 언급은 아예 없었다. 2022년 NDS는 중국을 '경쟁적 도전'이라고 표현했고, 대만에 대한 도발적 발언과 강압적 활동이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기술한 바 있다.
러시아에 대해선 "세계 최대의 핵무기 보유국"이자 "이를 지속적으로 현대화하고 다양화한다"고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 본토를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중, 우주, 사이버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을 두고는 "수십 년 만에 가장 약화하고 취약한 상태"라며 중동 지역에서 이란이 후원하는 '저항의 축' 역시 "초토화됐다"고 진단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