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미국에서 말차의 인기가 뜨겁다. 아시아 지역에서 즐겨 마시는 ‘전통차’ 이미지를 벗어나 미국 식음료 시장의 거대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소비량도 크게 늘고 있다. 글로벌 소비 증가로 일각에서는 말차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오히려 한국 녹차 수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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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코트라) |
2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말차가 시장 조사 기관인 그랜드뷰리서치를 인용해 미국의 말차 시장 규모가 2024년 4억 7870만 달러로 글로벌 시장의 22.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미국 내 말차 시장이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8.3% 성장해 7억 626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제품 타입 별로는 파우더 제품이 전체 매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물이나 우유 등에 섞어서 완성 시키는 인스턴트 프리믹스 제품이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말차는 녹차 수확 전 햇빛을 차단해 재배한 잎을 찐 뒤 말려 곱게 간 것으로, 항산화 성분인 카테킨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물이나 우유에 섞었을 때 부드럽고 풍부한 식감을 줘, 일반 녹찻잎을 우려 마시는 방식과는 또 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최근 미국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말차 관련 상품이 빠르게 확산되며 식품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소비자들은 SNS를 통해 말차 제품 리뷰를 공유하거나 자신만의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6월 보도에서 사모펀드 투자를 받은 커피 체인 블랭크 스트릿 커피(Blank Street Coffee)의 성공을 주목하기도 했다. 2020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커피 카트로 출발한 블랭크 스트릿 커피는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등에 업고 최근 수년간 매장 수를 빠르게 늘려왔다.
초기에는 자동 에스프레소 머신과 공격적인 확장 전략이 뉴욕 카페 문화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달콤하고 화려한 색감의 ‘틱톡 친화적’ 말차 드링크에 집중하며 재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알록달록한 음료가 미국 10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소셜미디어에 경쟁적으로 공유되면서, 블랭크 스트릿 커피는 ‘한번쯤 가봐야 할 명소’로 자리 잡았다.
또 말차 열풍으로 말차 파우더는 물론, 이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이 시중에 쏟아지고 있다. 카페에서 즐기던 말차 라테를 집에서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파우더 제품부터, 개봉 즉시 마실 수 있는 RTD(Ready To Drink) 음료까지 다양하게 출시됐다. 또한 디저트, 스낵, 건강식품은 물론 화장품까지 말차를 원료로 한 제품군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공급 부족 우려…“한국 녹차 수출 기회”
이처럼 말차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말차 인기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수요가 증가한 데다, 주요 수출국인 일본의 차(茶) 작황 부진으로 공급량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일본 텐차(찻잎을 찐 후 말린 것으로 말차의 원료) 생산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교토 지역이 지난해 폭염으로 큰 피해를 입어, 올 4~5월 수확량이 줄었다고 7월에 보도했다.
일본차생산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텐차 재배에 뛰어드는 농가가 늘어나 일본의 텐차 생산량은 2.7배 증가해 5336톤에 이르렀지만, 올해는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수급 불균형은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글로벌일본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교토 경매에서 거래된 텐차의 kg당 가격은 8235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70% 오른 수치로, 이전 최고가였던 2016년의 4862엔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글로벌 말차 시장의 공급 불안이 심화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의 녹차 농가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고품질 녹차를 차광 재배하고 가공 기술을 확보한다면, 일본산에 집중된 글로벌 말차 공급망의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