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세관도 세율 몰라…기업 "중복관세도 일단 내고 본다"

3 days ago 7

< 러스트벨트에서 열린 ‘100일 잔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매콤 카운티의 한 체육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집회에서 선거 때 로고송인 ‘YMCA’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AFP연합뉴스

< 러스트벨트에서 열린 ‘100일 잔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매콤 카운티의 한 체육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집회에서 선거 때 로고송인 ‘YMCA’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관세에 대해선 미국 세관에서도 확답을 못 줍니다. 관세사들이 질문을 하는데 답변을 못 합니다.”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모 자동차 부품 회사 관계자는 기자에게 “오늘도 관세사에게 메일을 보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동차 부품 관세가 5월 3일 도입된다길래 기본관세(10%)를 내야 하는지 어떤지 물어봤는데 모르겠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 관세 탓에 기업들의 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 중복 적용 기준 이제야 나와

트럼프 행정부는 새로운 관세 조치를 수시로 발표하면서 기존 관세와의 우선순위·중복 여부, 적용 시기와 대상 등과 관련해선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관세 대상을 포괄적으로 발표한 뒤 기업들의 반발이 큰 항목만 조금씩 후퇴하는 패턴도 반복하고 있다. 기업들은 적극적인 대응은 고사하고 내야 할 관세가 얼마인지 계산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美세관도 세율 몰라…기업 "중복관세도 일단 내고 본다"

미국에서 영업 중인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들의 고충은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어떤 관세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품목별 관세, 기본관세, 상호관세, ‘펜타닐 관세’ 등 다양한 이름의 관세가 잇달아 나오는데 여러 범주에 동시에 해당하는 제품에 대한 분명한 지침이 없다.

철강과 알루미늄을 이용한 수입차 및 수입차 부품에 매기는 관세가 대표적이다. 철강관세를 적용해야 할지, 자동차 부품관세를 적용할지, 둘 다 적용할지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중복 납부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일단 해당되는 관세는 전부 중복 납부하고 있다”며 “나중에 법 위반으로 문제 되는 것보다 사후 환급을 받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발표한 차 관세 완화 조치도 이런 현장의 불만을 반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차와 수입 차 부품관세, 캐나다·멕시코 관세,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서로 중복 부과되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사전 브리핑에서 “어느 쪽이든 더 높은 관세를 내는 것이고 중복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품목별 관세 부과 대상이면 기본관세(10%)는 내지 않아도 된다”며 “적극 행정을 하기 어려운 미국 세관 공무원들이 ‘해당되면 다 내라’는 식으로 안내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 자금 압박에 원가 노출 부담

관세로 인한 갑작스러운 현금 수요 증가도 기업을 옥죄고 있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관세는 수입할 때 현금으로 내는 것이 원칙”이라며 “작년 말 예상했던 자금 수요를 벗어나는 현금 수요가 발생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수요 감소에 따른 자금 흐름 악화와 함께 관세 부담까지 견뎌야 한다.

관세 계산 과정에서 원가가 과도하게 노출되는 문제도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알루미늄·구리·목재 같은 원자재에 관세를 부과했거나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함유량에 따라 관세율은 비례적으로 적용된다. 예컨대 철강이 50% 들어간 제품(철강 파생상품)에는 철강관세 25%의 절반(12.5%)만 부과되는 식이다. 이런 관세를 내기 위해서는 각 제품의 원재료 함유량을 공개해야 한다. 미국 정부에 이를 증빙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데 따르는 행정 비용도 들지만 이를 최종 가격에 전가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원재료·원가 내역을 알려줘야 한다. 이는 가격 협상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 가격 반영 협상조차 어려워

관세를 피해 공급처를 바꾸기 어려운 점도 기업들이 힘들어하는 대목이다. 맞춤형으로 납품하는 제품은 원·부자재와 주요 부품에 대한 내역을 발주처에서 정해주기 때문에 관세를 이유로 쉽게 교체할 수 없다.

가장 큰 고충은 관세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전혀 알 수 없는 불확실성 자체다. 모 기업 관계자는 “물건 가격에 관세를 어떻게 반영할지를 두고 거래처와 협상해야 하는데 관세 정책이 계속 바뀌다 보니 어떻게 협상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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