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2]
정치권 ‘겹치기 공약’ 남발
與 경기-전북도 “K반도체 클러스터”… 野 경남 시군 후보들 “우주산단 조성”
실현 가능성 뒷전… 조율 없이 내놔
“黨도 컨트롤타워 기능 제대로 못해”

● 與 너도나도 ‘한예종’ 유치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여러 후보가 한국종합예술학교(한예종)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조상호 세종시장 후보는 국립박물관단지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예술 클러스터’ 개발 계획 안에 한예종 유치를 포함시켰다. 그는 지난달 8일 10대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예종을 세종으로 이전하는 것은 학교 구성원에게도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놓고는 권역별 경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후보는 수원·용인·화성·성남·안성·평택·오산·이천시장 후보들과 연합해 경기 남부 지역을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든 것을 완성할 수 있는 ‘K반도체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공약을 내놨다. 이원택 전북도지사 후보도 “이재명 대통령과 손잡고 새만금에 300만 평 규모의 AI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며 총 200조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약속했다. 정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에 선을 그었지만 지방선거 후보 간 공약 경쟁으로도 이어진 것이다.
● 野 ‘우주항공 도시’ 경쟁
경남에선 국민의힘 후보들이 잇따라 ‘우주항공 도시’ 공약을 내놨다. 우주항공청이 위치한 경남 사천시의 박동식 후보는 5대 공약에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 특별법 통과’를 내걸고 우주항공 전담 행정기관과 산업·학계·연구기관을 집적화한 거점도시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경호 진주시장 후보는 첨단·항공우주기업 100개와 관련 공공기관을 유치하겠다고 했고, 유명현 산청군수는 20만 평에 달하는 우주항공복합도시 배후 산업단지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우주항공 산업의 경우 도시 하나에 모든 기능이 있어야 집적 효과가 나고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더욱이 비용이 천문학적이기에 집적도시는 현실적으로 한 곳 이상이 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와 김선민 거제시장 후보도 서로 ‘가덕신공항 배후 도시’를 공약했다. 박 후보는 공항 주변에 ‘에어시티’를 만들고 부산 전체를 항공물류·산업·관광 허브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반면 김 후보는 부산항 제3신항을 거제에 유치하고 가덕신공항과 연계해 배후 도시를 거제에 만들겠다고 약속했다.전문가들은 지방선거에 대한 정책 검증 및 조율 부족을 지적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양극단이 정당을 이끌며 중도 표심을 노리는 정책에 대한 고민이 부재해졌다”며 “당이 정책에 의욕이 없으니 컨트롤타워 기능을 제대로 못 했고, 교통정리가 안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선우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같은 공약을 낸 후보들이 당선되면 그중 하나만 실현되는 만큼 유권자들의 실망이 커질 것”이라며 “향후 지방선거에 더욱 무관심한 유권자들만 길러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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