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광주-세종 서로 “한예종 유치”… 野 사천-산청 “우주항공 도시”

2 hours ago 8

[지방선거 D-2]
정치권 ‘겹치기 공약’ 남발
與 경기-전북도 “K반도체 클러스터”… 野 경남 시군 후보들 “우주산단 조성”
실현 가능성 뒷전… 조율 없이 내놔
“黨도 컨트롤타워 기능 제대로 못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 사진)가 31일 충남 금산군 금산약초시장 앞에서 열린 민주당 문정우 금산군수 후보 지원 유세 중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고 있다. 같은 날 ‘커피 한 잔의 자유’라고 적힌 앞치마를 입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오른쪽 사진)가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일대에서 손가락으로 ‘2번’ 후보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 사진)가 31일 충남 금산군 금산약초시장 앞에서 열린 민주당 문정우 금산군수 후보 지원 유세 중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고 있다. 같은 날 ‘커피 한 잔의 자유’라고 적힌 앞치마를 입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오른쪽 사진)가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일대에서 손가락으로 ‘2번’ 후보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뉴스1
6·3 지방선거에서 TV토론 등 후보들의 정책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면서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여야 모두 같은 당 내에서도 후보들끼리 중복되는 겹치기 공약을 줄줄이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후보의 공약이 실현되면 다른 후보의 공약은 실현될 수 없는데도 너도나도 유엔 인공지능(AI) 허브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반도체 클러스터, 우주항공 집적도시 등 굵직한 국책 사업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며 ‘제로섬(zero-sum)’ 공약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내 검증 및 조율 과정이 실종되면서 여야가 사실상 공수표 공약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與 너도나도 ‘한예종’ 유치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여러 후보가 한국종합예술학교(한예종)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조상호 세종시장 후보는 국립박물관단지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예술 클러스터’ 개발 계획 안에 한예종 유치를 포함시켰다. 그는 지난달 8일 10대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예종을 세종으로 이전하는 것은 학교 구성원에게도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는 한예종 광주 이전을 공약으로 내건 데 이어 지난달 22일 ‘한예종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공동 발의했다. 경기 하남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광재 후보도 22일 감일·위례 지역 공약을 발표하며 성남골프장 부지에 한예종을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작 한예종 내부에선 지방 이전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놓고는 권역별 경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후보는 수원·용인·화성·성남·안성·평택·오산·이천시장 후보들과 연합해 경기 남부 지역을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든 것을 완성할 수 있는 ‘K반도체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공약을 내놨다. 이원택 전북도지사 후보도 “이재명 대통령과 손잡고 새만금에 300만 평 규모의 AI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며 총 200조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약속했다. 정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에 선을 그었지만 지방선거 후보 간 공약 경쟁으로도 이어진 것이다.

● 野 ‘우주항공 도시’ 경쟁

경남에선 국민의힘 후보들이 잇따라 ‘우주항공 도시’ 공약을 내놨다. 우주항공청이 위치한 경남 사천시의 박동식 후보는 5대 공약에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 특별법 통과’를 내걸고 우주항공 전담 행정기관과 산업·학계·연구기관을 집적화한 거점도시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경호 진주시장 후보는 첨단·항공우주기업 100개와 관련 공공기관을 유치하겠다고 했고, 유명현 산청군수는 20만 평에 달하는 우주항공복합도시 배후 산업단지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우주항공 산업의 경우 도시 하나에 모든 기능이 있어야 집적 효과가 나고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더욱이 비용이 천문학적이기에 집적도시는 현실적으로 한 곳 이상이 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와 김선민 거제시장 후보도 서로 ‘가덕신공항 배후 도시’를 공약했다. 박 후보는 공항 주변에 ‘에어시티’를 만들고 부산 전체를 항공물류·산업·관광 허브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반면 김 후보는 부산항 제3신항을 거제에 유치하고 가덕신공항과 연계해 배후 도시를 거제에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선거에 대한 정책 검증 및 조율 부족을 지적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양극단이 정당을 이끌며 중도 표심을 노리는 정책에 대한 고민이 부재해졌다”며 “당이 정책에 의욕이 없으니 컨트롤타워 기능을 제대로 못 했고, 교통정리가 안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선우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같은 공약을 낸 후보들이 당선되면 그중 하나만 실현되는 만큼 유권자들의 실망이 커질 것”이라며 “향후 지방선거에 더욱 무관심한 유권자들만 길러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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