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에 큰 선물로 엔비디아의 새로운 4개 사업을 가져왔다”고 5일 말했다. 차세대 핵심 투자처로는 로보틱스를 꼽았다.
젠슨 황은 이날 저녁 서울 홍대입구 인근의 한 삼겹살 전문 식당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만찬 회동을 했다. 젠슨 황은 식사 도중 식당 밖으로 나와 취재진에게 “아주 큰 신규 사업들이다. 한국은 정말, 정말 바빠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직후 취재진에게 “한국에 깜짝 놀랄 선물이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젠슨 황이 언급한 ‘네 가지 선물’은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베라루빈, 베라 중앙처리장치(CPU), 엔비디아의 첫 AI 노트북 라인업 RTX 스파크, 최첨단 AI 에지 슈퍼컴퓨터 젯슨 토르다. 업계에선 이와 연계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계약 확정이나 글로벌 공동 연구개발(R&D) 인프라 구축, 로보틱스 기업 투자 등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젠슨 황은 한국의 로보틱스 생태계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탁월한 제조업 능력과 메커트로닉스, 인공지능(AI)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로봇산업을 지원할 거대한 현지 생태계도 조성돼 있다”고 했다.
방한 첫날 페이커 만나고 총수들과 삼겹살 회동
최태원·구광모·이해진과 만찬…피지컬 AI 등 전방위 협력 논의
“고(Go) 코리아, 고 SK, 고 LG, 고 네이버!” 5일 저녁 서울 홍대입구 인근 한 삼겹살 전문점 ‘형님 저요’. 폭탄주 잔을 높이 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건배사를 외쳤다.
7개월여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젠슨 황은 이날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격의 없는 ‘삼소 회동’을 했다. 구 회장이 “오늘은 편안하게 친목을 다지는 자리”라고 화답하자 젠슨 황은 어깨동무로 친밀감을 표시했다. 최 회장은 젠슨 황을 바라보며 “나보다 술을 잘 마신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계산은 이 GIO가 네이버 페이로 했다. 이들은 삼겹살집에서 1차 자리를 파한 뒤 인근 호프집을 찾아 친교를 이어갔다.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반도체와 제조 역량을 모두 갖춘 한국을 단순한 메모리 부품 공급처를 넘어 미래 사업의 전략적 요충지로 보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 비즈니스 폭발적”
젠슨 황은 이날 식사 도중 밖으로 나와 취재진에 “한국에 온 것은 비즈니스가 폭발적이기(booming) 때문”이라며 “한국은 매우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큰 선물을 가져온 것은 엔비디아의 네 가지 제품”이라며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루빈, 베라 중앙처리장치(CPU), 첫 인공지능(AI) 노트북 라인업 RTX 스파크, AI 에지 슈퍼컴퓨터 젯슨 토르를 직접 소개했다. 이 제품들은 엔비디아가 그리는 미래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한국의 반도체·소프트웨어·제조업 역량과 긴밀히 맞물려 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엔비디아가 한국을 차세대 AI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낙점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젠슨 황은 “베라루빈은 많은 양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쓰고, 신규 CPU 베라는 많은 양의 저전력 D램(LPDDR5) 메모리를 사용할 것”이라며 “RTX 스파크도 대량의 LPDDR5 메모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제품을 대규모로 주문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휴머노이드 로봇 전용 컴퓨터 젯슨 토르는 네이버의 소버린 AI, LG·현대자동차의 제조 기술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치킨 회동이 HBM 공급망 안정을 위한 단기 처방이었다면, 이번 삼소 회동은 AI 데이터센터부터 로보틱스까지 아우르는 중장기 동맹을 체결한 것”이라며 “한국 대표 기업이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피지컬 AI 생태계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했다.
◇R&D센터 설립 공식화
젠슨 황은 이날 반도체업계 최대 관심사인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품질 테스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3사 모두 인증이 완료됐고 양산 중”이라며 “모두 베라루빈 공급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방한 목적은 공급망을 조율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레이스 블랙웰’ 시스템은 순조롭게 운영 중이고 베라루빈은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전 세대인 HBM3E까지는 공급망 선점 여부를 두고 기업 간 희비가 엇갈렸으나, HBM4부터는 본격적인 무한 경쟁 체제가 막을 올린 셈이다. 엔비디아로서는 베라루빈의 안정적 양산을 위한 멀티 공급망 체제를 완벽히 구축하게 됐다.
한국 내 연구개발(R&D)센터 설립도 공식화했다. 젠슨 황은 “한국 R&D센터 채용을 시작했다”며 “한국은 AI와 로봇공학 전문성이 뛰어난 세계적 제조 허브인 만큼 R&D 투자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에 R&D센터를 짓게 될 것 같다”며 “주변에 우수한 AI 연구원이나 엔지니어를 안다면 이곳에 일하러 오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이날 젠슨 황의 방한 첫 행보는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비롯한 T1 선수단과 회동이었다. 홍대입구 인근의 e스포츠 복합 공간 ‘T1 베이스캠프’를 찾은 그는 “한국은 e스포츠에 최적의 시장”이라며 “한국 게이머들은 이기기 위해 최고의 GPU를 선택했고 바로 엔비디아였다”고 말했다.
김채연/유지희/강해령/안시욱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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