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가족의 뜻에 반해 연애 결혼했다는 이유로 젊은 부부를 살해하는 '명예살인'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자 당국이 용의자를 체포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 당국은 이런 영상과 관련해 용의자 1명을 체포하고 관련자들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발루치스탄주에서 현지 전통 부족회의(지르가)의 지시에 따라 희생자들을 총격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한 영상에는 남성 10여명이 픽업트럭 등에 타고 젊은 커플을 사막으로 끌고 간 뒤 총을 쏴서 살해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영상은 가해자들이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카와자 아시프 파키스탄 국방부 장관은 자신의 엑스(X)에서 "이들이 연애 결혼을 해 1년 반 동안 숨어 지내다가 결국 발각됐다"면서 지르가가 이들을 속여서 돌아오게 한 뒤에 사형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주 정부는 영상의 장소, 등장하는 부족과 개인들의 신원이 확인됐다며 경찰이 이들을 체포하기 위한 수색 작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르프라즈 부그티 발루치스탄주 주지사는 성명에서 "테러법에 따라 사건이 접수됐고 용의자가 체포됐다"며 "이 극악무도한 사건을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집안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등의 이유로 가족 구성원을 살해하는 명예살인이 자주 벌어지곤 한다. 인권단체 파키스탄 인권위원회(HRCP)에 따르면 지난해 파키스탄에서 확인된 것만 최소 405건의 명예살인이 발생했으며, 매년 여성 약 1000명이 살해되는 등 대다수 희생자는 여성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2016년 희생자의 가족이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을 일부 폐지하는 등 명예살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없어지지 않고 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