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트럭 주변 혼란 심해지자 공격
“이스라엘軍 저격병이 사냥하듯 쏴”
봉쇄 길어져 하루 19명 굶어 숨져
아동 6만명 영양실조 등 상황 악화
이날 가자지구 북부에선 오랜 기아에 지친 주민들이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이 보낸 25대의 트럭을 둘러쌌다. 이 과정에서 극심한 혼란이 발생했고 이스라엘군이 총격을 통해 상황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 주민은 AFP통신에 “이스라엘 전차들이 마구잡이로 포탄을 발사했다. 이스라엘 저격수들은 숲에서 사냥하듯 주민들에게 총을 쐈다”고 토로했다.
WFP는 “민간인에 대한 폭력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군은 즉각적인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불가피한 총격이 있었다며 “사망자 수도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다만 정확한 사망자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이날 알자지라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힌드쿠다리와 가자시티에서는 각각 35일, 4개월 된 아이가 영양실조로 사망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2023년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영양실조로 사망한 아동이 최소 71명, 현재 영양실조 증상을 보이는 아동은 최소 6만 명에 이른다.이 여파로 20일 튀르키예, 이라크, 튀니지, 모로코 등 주요 이슬람 국가의 대도시에서는 가자 주민들을 아사(餓死) 위기에 몰아넣는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반(反)이스라엘 시위가 열렸다.
그럼에도 이스라엘군은 같은 날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에 소개령을 내리고 대대적인 공습을 단행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이 일대에서 전쟁 당일 포로로 붙잡은 인질들을 데리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데이르알발라 일대에 대피 경보를 발령한 것은 2023년 10월 전쟁 발발 후 처음이라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설명했다. 공습에 따른 사망자 규모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일 레오 14세 교황은 사흘 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유일한 가톨릭 교회인 ‘성가족성당’을 공습한 것을 비판했다. 그는 해당 공습으로 숨진 사망자 3명의 이름을 거론한 뒤 “야만적인 전쟁을 즉각 중단하고 평화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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