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앓고 있어 쉬웠죠"…'바냐삼촌' 이서진, 무대 위로 [종합]

2 days ago 6

입력2026.04.07 15:38 수정2026.04.07 15:59

사진=뉴스1

사진=뉴스1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가 던진 고전의 질문이 배우 이서진의 몸을 빌려 무대 위로 소환된다. 평생을 헌신했으나 결국 빈손으로 남겨진 이들의 서글픈 초상 '바냐 삼촌'이 2026년의 관객들에게 건네는 위로는 무엇일까. 데뷔 후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도전하는 이서진의 행보가 그 답을 찾는 여정의 시작을 알렸다.

이서진은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연극 '바냐 삼촌'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출연 계기와 연습 과정의 고충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이번 작품은 '벚꽃동산', '헤다 가블러'에 이어 LG아트센터가 제작하는 대극장 연극 시리즈의 일환으로, 고전 명작을 동시대의 언어로 재해석해 현대 관객들과 호흡한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이번 작품의 기획 의도에 대해 "우리 시대에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고전을 통해 관객들과 가치를 나누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누구나 살면서 잃어버린 꿈과 놓쳐버린 기회가 있지 않나. 평범하지만 그 안에서 위대한 삶을 사는 이 시대 모든 바냐들에게 '그렇게 해도 괜찮다'는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 시대가 바냐 삼촌을 불러낸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연출을 맡은 손상규 역시 "고전 작품 중 늘 연출하고 싶었던 리스트에 '바냐 삼촌'이 있었다"며 "다시 이 작품을 떠올렸을 때 예전과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위안이 있었다. 그 마음을 관객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전했다.

갱년기와 맞닿은 '바냐'…이서진의 지독한 연습 입문기

이서진은 극 중 삶에 대한 불만과 회의를 토해내면서도 가족에 대한 애정과 꿈에 대한 순정을 간직한 주인공 '바냐'를 연기한다. 그는 "작품을 맡기 전부터 이미 갱년기를 앓고 있었다"며 "덕분에 인물을 이해하는 데 크게 어렵지 않다. 아주 생소한 인물을 연기한다기보다 현대의 나 자신을 연기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연극 신인'으로서의 적응은 녹록지 않았다. "처음에는 거절했다"는 그는 "그동안 예능인으로 살다 보니 연기를 꽤 오래 쉬었는데, 주변의 권유로 참여하게 됐다. 사실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 너무 힘들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평생 불규칙한 스케줄 속에 살아왔던 그에게 매일 반복되는 규칙적인 연습실 출근은 가장 큰 벽이었다. 손상규는 "이서진은 책임감이 정말 강한 배우다. 지금도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코가 헐었을 정도"라며 그의 지독한 연습량을 귀띔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조카 소냐 역의 고아성의 활약도 기대를 모은다. 고아성은 "이서진 선배님의 조카 역할을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나 싶어 욕심이 났다"며 "매체 연기와 달리 비워냄 없이 작품의 뜨거움을 유지해야 하는 연극 작업이 쉽지 않지만, 인간은 지성 때문에 괴롭지만 그래도 참고 견딘다는 위로의 지점을 향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냐 삼촌'은 22회 전 회차를 원 캐스트로 진행하는 파격적인 구성을 택했다. 이서진은 교대 없이 홀로 무대를 책임지며 바냐의 복잡다단한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그려낼 예정이다.

러시아 고전의 묵직함 위에 이서진 특유의 냉소적인 유머와 고아성의 뜨거운 열정이 더해진 '바냐 삼촌'은 오는 5월 7일부터 31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