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사저·코바나컨텐츠 압수수색… 건진법사 의혹 등 동시다발 수사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수단(단장 박건욱 부장검사)은 4월 30일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사저와 함께 상가 1층에 위치한 코바나컨텐츠 사무실도 대상에 포함됐다. 전직 대통령 사저가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전성배 씨는 윤 전 대통령, 김 여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공천 및 인사 청탁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전 씨가 김 여사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고위 간부 윤모 씨로부터 고가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명품백 등을 건네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씨가 통일교 캄보디아 사업과 관련해 정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을 받으려고 전 씨를 통해 청탁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재수사
전 씨는 김 여사가 운영했던 전시기획업체 코바나컨텐츠에서 고문을 맡았고, 윤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하자 캠프 공식 조직 ‘네트워크 본부’ 상임고문으로 일했다. 검찰은 전 씨가 썼던 이른바 ‘법사폰’을 통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전 씨가 김 여사의 모친인 최은순 씨와 10차례 통화한 사실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김 여사의 휴대전화와 메모장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씨는 주가조작에 연루된 정황과 고발된 혐의가 김 여사와 비슷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17일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했다.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진행됐던 ‘황제 조사’도 도마에 올랐다. 당시 수사팀은 김 여사가 시세조종 사실을 알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점, 관련자가 김 여사는 시세조종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을 근거로 불기소 결정을 했다. 일반인이 된 김 여사에 대한 진술이 바뀌면 결과 역시 달라질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서울고검 형사부는 2010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세력이 주식 매도 요청을 하자 김 여사의 계좌에서 7초 만에 8만 주가 매도된 이른바 ‘7초 매도 의혹’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김 여사와 모친 최 씨가 도이치모터스 투자를 통해 총 23억 원 상당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서울고검은 디올백 사건에 대한 무혐의 처분 항고는 기각했다.
명태균 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김영선 전 의원 공천 등을 부탁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도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2022년 6·1 지방선거와 지난해 4·10 총선 등에서 특정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명 씨는 4월 29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김 여사로부터 김상민 전 검사의 공천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영부인이 (정권) 2년 차에 전화가 와서 이런저런 부탁을 했을 때 그걸 거절하는 사람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검찰은 김 여사 측에 2월부터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4월 21일 검찰에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법률 대응에 나섰다.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또 다른 사건 수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대검찰청은 4월 25일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배당했다. 경찰도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는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김 여사를 향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은 ‘늑장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 씨 관련 의혹은 2022년부터 제기됐고, 명 씨에 대한 조사는 지난해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고발한 후 열 달 만에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4월 30일 논평에서 “3년 내내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면죄부 자판기와 전속 로펌을 자처하던 검찰이 이제야 뒷북을 치고 있다”며 “수사 시늉만 하고 또 면죄부를 안겨줄 생각이라면 차라리 손을 떼기를 경고한다”고 비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파면 후에야 검찰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건 씁쓸한 대목”이라며 “엄정한 수사를 통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87호에 실렸습니다》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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