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도 포모 투자 … 은퇴자금까지 끌어와 베팅
"낮엔 코스피, 새벽 미장 열중"
레버리지 투자로 몰리는 5060
노후불안 심리에 고위험 투자
마통·카드론 작년 이후 3조↑
신용 유의 시니어 22% 폭증
하락장 오면 노후 파산 우려
"낮에는 코스피 계속 쳐다보고 새벽엔 미국 증시 확인하느라 요즘 수면 시간이 크게 줄었습니다."
시중은행에 다니다가 퇴직 후 경기도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김 모씨(64)는 요즘 온종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코스피가 급등하자 국내 시장에선 상대적으로 덜 오른 코스닥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을 매수했고, 미국 증시는 과열됐다는 판단에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3배 역으로 추종하는 인버스 상품에 빚투(빚내서 투자) 중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은행원 시절엔 상상도 못 할 위험한 투자라는 걸 알지만, 주변에서 큰돈을 벌었다는 소리를 들으니 예·적금에 넣어둔 퇴직금이 초라하게 느껴졌다"며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거둬야 해 레버리지 투자를 결심하게 됐는데 변동성이 커 잠이 잘 안 온다"고 했다.
◆ 노후자금 위해 공격적 투자
자본시장 빚투의 주역으로 5060세대가 떠오르는 것은 상대적으로 레버리지 동원력이 큰 시니어들이 그동안 2000대 박스권에 머물던 코스피가 단기간 3배 가까이 급등하자 '포모(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인생 1막에서 은퇴한 후 투자를 통해 현금흐름을 창출해야 하는 시니어들이 빚을 내 시장금리 이상의 고수익을 얻기 위해 공격적 베팅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시니어의 노후 안정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 기회를 놓치면 평생 가난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공포가 이들을 고위험 레버리지 시장으로 등 떠밀고 있는 것이다. 과도한 빚투로 향후 하락장 도래 시 노후 안정성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확보한 상위 10개 증권사의 연령대별 신용융자 잔액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신용융자 잔액(약 27조2000억원) 중 50대 이상 시니어 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62.3%에 달했다. 신용융자는 증권사에서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대출 상품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50대의 신용융자 잔액은 8조9762억원(32.9%)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컸으며, 60대 이상이 8조189억원(29.4%)으로 그 뒤를 차지했다. 2025년 1분기 당시 50대와 60대 이상의 잔액이 각각 5조원, 3조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1년여 만에 빚투 규모가 두 배 가까이 폭증한 셈이다.
◆ 마통·카드론에 증권사 신용까지
시니어들의 투자심리는 업권과 상품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마이너스통장과 고금리 급전인 카드론 잔액 역시 지난 1년2~3개월 새 시니어 계층에서 약 3조원 늘어났다. 금융권에선 과거 생활고 이슈로 주로 돈을 빌리던 시니어들이 최근엔 증시 머니무브 흐름 속 은행·증권·카드사를 통한 '트리플 빚투'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신용융자는 주가 하락 시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버리는 반대매매 위험이 있어 유사시 큰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현재는 증시가 상승장이지만, 고금리·고물가 공포에 증시가 1년 동안 내렸던 2021~2022년 하락장의 코스피 낙폭은 30%에 달한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융자를 통한 투자는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 압력으로 인해 하락폭이 증폭될 위험이 있다"며 "2022년 주가 조정기에도 신용융자가 많았던 종목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다"고 말했다.
카드론도 금리와 연체율이 마이너스 통장이나 신용융자 대비 높은 고위험 부채라는 점에서 하락장 도래 시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올 3월 말 기준 카드론 평균 금리는 11.61~14.31% 수준이다.
◆ 노후 부실 경고등 켜진 시니어
시니어 세대의 무리한 빚투는 향후 하락장 발생 시 국가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의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은 35~40%로 적정 노후소득 기준(70%)에 크게 못 미친다. 이처럼 현금흐름이 부족한 상황에서 은퇴 후 노후 자금을 레버리지 투자로 탕진할 경우 금융 취약계층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OECD 평균 수치는 14.2%다.
50대 이후 직장에서 은퇴한 시니어는 보통 자영업을 꾸리는 경우가 많다. 금융감독원,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원리금을 3개월 이상 갚지 못해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60세 이상 개인사업자 수는 지난해 3만5205명으로 전년 수치(2만8884명) 대비 22% 늘었다. 이는 전체 평균 증가율(9%)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유독 시니어층에서 신용유의자가 급증한 것은 생계 및 사업 운영자금으로 분류되던 마이너스통장과 카드론이 증시 불장과 맞물려 '고위험 투자 실탄'으로 전용되면서 고령층 금융 건전성과 노후 안전성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니어 세대의 빚투는 단순히 개인의 손실을 넘어 가계의 파산과 노인 빈곤 문제로 직결된다"며 "특히 고금리 카드론과 반대매매 위험이 큰 신용융자가 섞여 있는 현재의 부채 구조는 하락장에서 연쇄 폭발할 위험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차창희 기자 / 공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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