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특별전 맛보기] 〈5〉 엘 그레코
거친 폭풍우 휩싸인 듯한 옷
깨달음의 강렬한 감정 표현

그런데 스페인에서 활동했던 화가 엘 그레코(1541∼1614)의 그림 속 인물은 붓 터치가 지나간 자국이 훤히 보인다. 비단결처럼 깨끗하게 반짝여야 할 성인의 옷은 폭풍우에 휩싸인 듯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비스듬히 돌린 채 하늘을 쳐다보는 남성이 느끼는 격정적인 감정. 이 그림의 모든 요소가 말해주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의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전시된 이 작품은 ‘참회하는 성 베드로’다. 베드로는 예수가 체포되자 자신도 고문과 처형을 당할 것이 두려워 그를 모른다고 세 번이나 거짓말한다.
앞서 예수는 최후의 만찬에서 베드로에게 ‘닭이 울기 전 너는 나를 세 번 부인할 것’이라고 했다. 베드로가 세 번째로 예수를 모른 척한 뒤 아침 닭이 울었고, 이때 베드로는 예수의 예언을 기억하고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림은 이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그림의 왼쪽 작은 사람들은 천사와 막달라 마리아다. 막달라 마리아는 천사로부터 예수가 부활했다는 소식을 듣고 베드로에게 전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다. 베드로는 이후 예수에게 다시 참회하고 사랑을 고백하며 재신임을 받는다. 그 때문에 ‘참회하는 베드로’는 고해성사를 정당화하는 데 자주 사용됐다고 한다.
엘 그레코가 활동했던 당시 스페인은 종교개혁을 반대하는 가톨릭 국가였다. 따라서 개신교 지역과 달리 종교화를 많이 그렸고, ‘참회하는 베드로’는 개신교가 반대하는 고해성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미지로 여겨져 여러 번 그려졌다. 엘 그레코가 그린 것으로 확인된 그림만 최소 6점이다.
엘 그레코의 본명은 도미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 그는 그리스 사람이었다. 크레타섬에서 태어나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로마에서 그림을 배우고 스페인으로 이주해 활동했다. 엘 그레코는 스페인어로 ‘그리스 사람’이란 뜻이다.그의 작품은 피렌체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한 아카데미 미술의 권위가 무너지면서 스페인 밖에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에두아르 마네는 엘 그레코의 그림을 보기 위해 마드리드와 그의 주 활동지였던 톨레도까지 직접 방문했다. 스페인에서 태어난 피카소는 어린 시절 프라도미술관에서 그의 작품 ‘오르가스 백작 매장’(1586년)을 보고 영감을 얻어 청색 시대의 대표작인 ‘카사헤마스의 장례’(1901년)를 그렸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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