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쳐진 색채로 쌓아낸 삶의 깊이와 은은한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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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 없이 색만으로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색면(色面) 회화의 거장 마크 로스코와 자신만의 푸른색을 개발한 이브 클라인부터 한국 단색화가들까지 수많은 현대미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이 질문에 저마다의 답을 내놨다. 장승택(66·사진)도 이 중 한 명이다.

장승택 화백의 그림 ‘레이어드 프린팅’.

장승택 화백의 그림 ‘레이어드 프린팅’.

장승택이라는 이름 뒤에는 ‘단색화 2세대’라는 말이 따라붙곤 한다. 멀리서 봤을 때 작품이 단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수십 가지 색이 담겨 있다. 특수 제작한 대형 붓으로 가지런히 색을 칠하고 말리기를 반복한 결과물이다. 찰나가 쌓여 인생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겹쳐 쌓은 색을 통해 삶의 깊이를 표현하는 게 작가의 의도다. “내 작품을 단색화라고 규정할 수 없다”고 작가가 말하는 이유다.

살아봐야 인생이 무엇인지 알 수 있듯이 그의 작품도 직접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화면으로는 여러 겹친 색들의 은은한 조화를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거의 푸르른’은 장승택의 작품 여러 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4년 만의 개인전이다. 전시장에는 그의 신작 20여 점이 걸려 있다. 전시 제목처럼 푸른색이 주를 이루는 작품들이다. 작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소멸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고, 그런 우울감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5월 17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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