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재계가 장기 불황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3년간 약 100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현지 매체들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멘스 등 61개 대기업은 이날 성명을 내고 2028년까지 독일 내 설비와 연구개발 등 투자에 6310억유로(1019조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메이드 포 저머니’(Made for Germany)라고 이름 붙인 투자계획에는 폭스바겐·BMW·메르세데스-벤츠 등 자동차 3사와 SAP·알리안츠·도이체방크·라인메탈에 더해 반도체회사 엔비디아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 미국 회사도 이름을 올렸다.
기업 대표들은 이날 오후 총리실을 찾아가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와 라르스 클링바일 재무장관 등 경제 관료들에게 재계 요구사항을 전달할 계획이다.
투자계획을 주도한 지멘스의 롤란트 부슈 최고경영자(CEO)는 경제지 한델스블라트 인터뷰에서 “산업 입지로서 독일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라며 각종 승인 절차 간소화와 노동력 확보 대책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자동차·화학 등 수출제조업 중심인 독일 경제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함께 에너지값 폭등의 직격탄을 맞아 2023∼2024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미국발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이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요아힘 나겔 분데스방크(독일중앙은행) 총재는 미국 정부가 예고한 대로 내달 1일부터 유럽연합(EU) 상품에 상호관세 30%를 부과할 경우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0.7%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