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와 사이버안보, 해리와 샐리처럼 만나다 [율촌 기술안보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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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와 사이버안보, 해리와 샐리처럼 만나다 [율촌 기술안보리포트]

윤오준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

입력 : 2026.07.02 07:00

윤오준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
중앙대학교 특임교수(前 국가정보원 3차장)

사진설명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When Harry Met Sally)’는 오랜 시간 엇갈리며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결국 서로의 필요와 가치를 깨닫고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맺는 과정을 그린다. 오늘날 국가적 안보의 두 축 ― 경제안보와 사이버안보 ― 역시 오랜 기간 각자의 영역에 머물렀지만, 시대의 변화 속에서 이제는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적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

각자의 영역, 서로 다른 방식

경제안보는 국가의 산업, 공급망, 자원 확보를 담당하는 영역이다. 에너지와 희귀금속, 식량 등과 같은 핵심품목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공급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고, 외교 협상과 무역 협정, 산업 정책이라는 전통적 방식에 의존했다.

반면 사이버안보는 디지털 네트워크 방어와 정보 보호에 치중했다. 해킹과 사이버공격을 막고, 국가 기밀과 정보 시스템을 지키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그 방식은 방화벽, 암호화, 침입탐지 등 기술적 수단에 기반했다.

그간 두 영역은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며 오랫동안 나란히 존재했지만, 서로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각기 다른 경로를 걸어왔다. 마치 해리와 샐리가 처음 만났을 때, 서로 다른 성격과 관점을 지닌 채 “우리가 함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의문을 품었던 것과 같다.

시대 변화가 만든 교차점

그렇지만 두 영역 간 협업이 전혀 진행되지 않은 건 아니다. 기술적 진보에 따른 정보환경 변화를 보면서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 공급망 해킹 등 안보·국익적 취약요소를 공조하여 발굴하고 조치하면서 국가안보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를 여러 차례 거둔 건 의미 있는 진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는 변했다. 글로벌 공급망은 디지털화되었고, 경제 활동은 사이버공간에 깊숙이 의존하게 되었다. 원자재 거래, 금융 결제, 물류 관리, 첨단 산업의 연구개발까지 사이버공격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경제안보가 사이버안보 없이는 불완전해지고, 사이버안보 역시 경제적 이해관계와 국제협력 구조를 고려하지 않으면 실효성을 잃는다.

이제 두 영역은 서로에게 상호 보완 없이는 완전한 안보 달성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는 영화 속 해리와 샐리가 오랜 우정 끝에 결국 우리는 함께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장면과 닮아 있다.

[제미나이]

[제미나이]

협업이 만들어낼 시너지

경제안보와 사이버안보가 손을 잡을 때 기대되는 성과는 크다. 공급망은 사이버공격으로부터 보호되어 유통 차질을 예방하고, 국가 차원에서도 전략물자의 안정적 확보가 가능해진다. 첨단 산업의 지식재산권은 사이버방어를 통해 안전하게 지켜지며, 이는 곧 기술 경쟁력 확보로 이어져 경제적 우위를 유지한다. 또한 경제 동맹과 사이버 협력체계가 결합해 글로벌하게 다층적 방어망을 구축할 수 있다. 이러한 협업은 단순히 위협을 막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과 신뢰 기반을 창출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복합적 안보 환경에서는 정보를 신속히 공유하고 지원할 수 있는 서비스 기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이 복잡한 협업을 누가 가장 잘 이끌 수 있을까? 바로 국가정보원이 그 중요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기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국정원은 전통적으로 경제·산업 정보와 사이버위협 정보 모두를 수집하고 분석해 온 전문기관이다. 경제안보의 국제적 맥락과 사이버안보의 기술적 세부를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드문 조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정보수집 능력, 국제 네트워크, 기술 전문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경제와 사이버를 연결하는 교차점에서, 수세적 방어를 넘어 선제적 대응으로의 전환을 통해 안보 위협을 예측하고, 공존 전략을 설계하며, 국가적 차원의 대응체계가 원활히 작동하도록 측면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요소가 있다. 관련 부처와 유관기관과의 유기적 협력과 정보 공유다. 급변하는 정보환경과 복합적인 위기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이들 기관과의 원활한 소통과 협업을 통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함께할 때 완전해지는 안보

지난 5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국회 정보위 심사를 통과하고 법사위에 회부되었다. 글로벌 복합위기 속 적극적인 경제안보 역할 수행을 위해 국정원의 직무 범위 중 정보의 수집·작성·배포와 관련하여 경제안보 활동을 명시적으로 포함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또한 해킹수법이나 피해의 양상 등에 비추어 국제적 또는 국가배후의 해킹조직 활동으로 의심되는 경우에도 사이버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사이버안보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경제안보와 사이버안보는 이제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적 동반자 관계다. 기술 발전과 국제 정세의 변화 속에서 두 영역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국가 전체의 안전과 번영을 담보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When Harry Met Sally의 마지막 대사처럼,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깨달은 순간부터 두 사람은 진정한 관계를 맺는다. 경제안보와 사이버안보 역시 이제는 따로가 아닌 서로 협력할 때, 글로벌 시대 국가적 안보의 퍼즐이 완성된다. 그리고 그 퍼즐을 가장 정교하게 맞출 수 있는 손은 바로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는 기관이다.

[율촌 기술안보리포트]에서는 율촌 기술수출입통제대응센터 구성원들이 국가핵심 및 첨단전략기술의 수출 승인·신고, 기술 보유기관 인수·합병 등 기업 기술규제 리스크에 대한 혜안을 제시합니다. 윤오준 고문은 전 국가정보원 3차장으로 사이버, 우주, 통신 등 신기술 분야 안보관련 정보수집과 대응활동을 담당했고, 현재 중앙대학교 보안대학원 특임교수, 한국정보보호학회 협력부회장, 한국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협의회 고문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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