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하는 AI, 교감하는 인간…아날로그 노동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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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영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회복지사도 마찬가지다. 헤어디자이너와 피부관리사가 되려는 젊은이도 줄을 섰다. 도배사를 직업으로 삼겠다는 2030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인공지능(AI)이 인간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명제를 무색하게 하는 현상이다. 이는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정서적 교감이 필요한 직업은 AI가 대체하기 힘들 것이란 공감대의 확산이다. 회계사 등 전문직과 기계적 육체노동이 AI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계산하는 AI, 교감하는 인간…아날로그 노동의 재발견

인공지능 전환(AX)이 한창인 지금, 사람을 직접 상대하거나 미세한 손기술이 필요한 노동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AI 시대의 역설이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작년 말 삼성·교보생명과 5대 손해보험사의 전속 설계사는 16만7114명이었다. 전년 대비 17.7% 늘었다. AI 태동기인 2022년 이후 매년 사상 최대치를 찍고 있다. 보이스피싱 영향으로 텔레마케팅(TM) 영업이 힘을 잃어 AI로 고객을 늘리기 힘들어진 영향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교감이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래 위험을 대비하는 보험 특성상 디지털로 보험 상품을 비교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오랜 관계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대면 판매 채널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감 일자리’의 확고한 지위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코웨이 영업직원’(렌털 코디)이다. 고객집에서 상당한 시간을 머무는 타인이라는 점에서 신뢰는 기본이다. 인구는 감소해도 이 수치가 줄지 않는 배경이다.

이 밖에 고객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헤어디자이너와 피부관리사도 매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돌봄도 AI가 대체하기 어렵다. 사회복지 인력을 육성하는 기관이 급증하고 있다. 교감 능력이 탁월한 40대 이상 여성의 취업률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AI로 대체 불가능한 ‘아날로그 일자리’도 인기다. 도배사와 인테리어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이 넘쳐나고, 배관공 시급은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른다. 하늘에 떠 있는 내 목숨을 AI에 맡기기를 꺼리는 까닭에 파일럿 관련 학과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올해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수시 경쟁률은 40.5 대 1을 기록했다. 전년(23.2 대 1) 대비 두 배 가까이로 높아졌다.

예술 분야에선 사람 손을 써야 해 AI가 침투하기 힘든 공예 전공에 학생들이 몰린다. 지난 3년 새 홍익대 회화과 경쟁률(약 5.0 대 1)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목조형가구학과 경쟁률은 4.5 대 1에서 7.2 대 1로 치솟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AI 확산으로 회계사와 변호사 등 전통적 전문직은 위기를 맞았지만 대면 서비스업은 주목받고 있다”며 “손이나 몸의 정교한 움직임을 요구하는 직업은 앞으로도 AI가 대체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시온/진영기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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