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한의계 갈등 고조
교통사고 휴우증 큰데도
보험사 ‘과잉진료’ 주장
한의계 “환자 상태가 우선”
“경증 분류 기준 모호하다”
치료 필요한 환자 ‘분통’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분통’을 터뜨리는 교통사고는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근골격계에 다양한 통증과 기능 제한을 유발한다. 택배기사로 일하는 40대 A씨도 업무 중 교통사고 후 한방병원에서 편타손상 후유증 및 목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 그리고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은 교통사고로 발생한 증상뿐 아니라 교통사고로 인해 악화된 기왕증까지 배상하게 돼 있어 A씨는 편타손상 및 디스크 탈출증에 맞는 치료 후 생업에 복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보험사 측은 사고로 인한 차량 파손이 경미하다는 이유로 A씨의 증상을 염좌(12급)로만 분류해 경상환자(12~14급)로 취급했다. 디스크는 기왕증으로, 교통사고와 무관하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보험사들은 위와 같은 사례를 이유로 교통사고 환자들에게 합의를 종용하고 있으며, 합의 후에도 의료기관을 상대로 치료비 부당이득 환수 소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최근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면서 한의계와 보험사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내년부터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런 경상환자가 8주 이상 치료를 받으려면 치료 개시 후 7주 이내 상해 정도, 치료 경과 등에 관한 자료를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보험사는 이를 토대로 지급보증 중단 여부를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대한한방병원 협회 관계자는 “내년 법 시행을 앞두고 일부 보험사들이 경증이라면서 합의를 종용하고, 꼭 필요한 치료인데도 ‘과잉진료’로 몰아 의료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면서 “자신들을 믿고 보험료를 납부하는 고객을 돌보기는커녕, 치료를 마치기도 전에 병원 밖으로 떠미는 처사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도 “나이롱환자는 의료기관과 무관하다. 보험사 임의로 운영하는 합의금 명목의 향후 치료비나 위자료 정책 등이 만들어낸 부작용인데 의료기관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의계에서는 차량 파손 정도와 환자 증상의 경중은 무관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건강 상태와 신체 구조, 기왕증 등에 따라 환자가 체감하는 통증이 다를 수 있다. 경미한 사고에도 중증이 될 수도 있고, 중한 사고에도 경증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나 질환과 무관하게, 보험사가 차량 파손 정도와 외상만으로 상해등급을 정하고 그에 따라 배상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경상으로 분류되는 ‘12급 상해’를 보면 △4치 이상 5치 이하의 치과보철을 필요로 하는 상해 △팔다리 감각 신경 손상으로 수술을 시행하지 않은 상해 △팔다리의 찢김 상처로 창상 봉합술을 시행한 상해 등이 포함된다. 이보다 가벼운 증상으로 취급되는 13~14급 상해에도 △고막 파열 △ 내부 장기 손상으로 수술을 시행하지 않은 상해가 포함돼 있다.
김하늘 부산자생한방병원 원장은 “이 같은 질환은 결코 경증환자로 분류돼 치료를 소홀히 해도 되는 경우가 아니다”며 “특히 교통사고 후유증의 경우 구체적 외상이 없더라도 편타성 손상 후유증으로 통증이 극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다행히 해당 후유증은 추나요법, 침·약침 등을 병행하는 한의통합치료를 통해 호전을 기대할 수 있으며 관련 효과성은 다양한 연구 논문을 통해 입증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단체들은 향후 교통사고를 당한 보험 소비자가 자동차보험으로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자비로 치료받아야 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 한의치료 만족도가 높다는 것도 생각해 볼 부분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한방의료이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한의치료이용 만족도는 79.5%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74.5%, 2022년 76.6%와 비교하면 매년 만족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교통사고 환자의 경우 한의치료 만족도는 더 높았다. 앞서 2021년 8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서 실시한 ‘교통사고 후 한의치료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보면교통사고 후유증 한의치료 만족도는 91.5%에 달했다. 교통사고 시 한의치료를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95.7%였으며 양방과 비교해 치료 효과가 높거나 비슷하다고 답한 사람도 85.9%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