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스페인의 거장 고야: 이성이 잠들 때, 괴물이 깨어난다' 전시가 열리고 있다. 고야의 판화 연작과 함께 관련 미디어아트 및 인쇄물을 함께 걸어놓은 전시다. 그런데 SNS에는 전시에 대한 혹평이 잇따르고 있다. 고야가 그린 명작 원화가 전시된 것으로 착각하고 티켓을 구입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전시의 핵심이자 '원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은 판화집 '카프리초스'에 수록된 80점이다. 1799년 고야가 펴낸 이 풍자 판화 연작은 서양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작이다. 카프리초스를 통해 고야는 교회의 타락과 정치인의 부패 등 당시 사회의 모순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수록된 어두운 화풍의 그림들은 후대 모더니즘 미술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판화는 동판에 그림을 새기고 잉크를 묻혀 종이에 찍어내는 방식으로 제작한다. 따라서 해당 작가가 제작한 원판으로 찍어낸 판화는 원작으로 간주된다. 이번 전시에 온 작품은 고야가 새긴 원판을 이용해 스페인 왕립미술아카데미가 1881∼1886년에 찍은 정식 판본이다. 80점 연작 판화를 국내에서 모두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전시다. 전시 관계자는 “스페인 프라도미술관에서 판화 제작 과정과 관련한 영상도 공식적으로 제공받았다”고 말했다.
홍보 방식은 문제로 지적된다. 전시 주최측은 보도자료와 공식 홍보 자료 등에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카를로스 4세의 가족' 등 고야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회화들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원작 원화는 한 점도 전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다.
미디어 상영이나 인쇄물 전시에 그칠 뿐이다. 전시 관계자는 “원화가 온다고 한 적 없고, 판화라는 문구도 예매 상세 페이지에 포함시켰다"며 "고야라는 거장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미지를 참고 자료로 첨부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고야의 일생을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전시" "고야의 깊은 내면과 고뇌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등의 문구를 보고 원화전으로 착각했다는 반응이 많다. 미술계 관계자는 "판화전이라면 적어도 판화 전시라는 점은 사전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이번 전시에 온 작품이 실제로 의미 있는 명작인 만큼 홍보 방식이 더욱 아쉽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 30일까지, 성인 정가 2만원.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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