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업체 팔란티어가 대학 졸업생 대신 ‘고졸 인재’를 채용하는 실험에 나섰다. 실무를 거친 뒤 우수한 인재는 대학 학위 없이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팔란티어는 10대 고교 졸업생 22명을 ‘펠로십’(Fellowship)으로 선발해 이번 가을학기부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펠로십은 인턴과 정규직 신입사원 사이의 단기 직책으로, 급여는 월 5400달러(약 770만원)에 달한다. 4개월간의 교육·멘토링과 실무 배치를 거쳐 성과가 우수한 인원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이번 선발에는 500명 이상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팔란티어가 대학 졸업생 대신 고졸 인재를 선택한 배경에는 ‘대학교육 불신’이 있다. 펠로십 모집 공고에는 “대학은 고장 났다. 입학 허가는 결함 있는 기준에 근거하고 있으며, 능력주의와 탁월함은 더 이상 교육기관의 지향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WSJ은 이번 프로그램이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앨릭스 카프의 가설에 기반한 실험이라고 전했다. 카프 CEO는 하버퍼드 칼리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스탠퍼드대에서 법학 학위를 땄으나, “요즘 대학생을 채용하는 건 판에 박힌 말을 하는 사람을 뽑는 일”이라며 대학이 더 이상 ‘좋은 직장인’을 길러내지 못한다고 비판해왔다.
공동창업자 피터 틸 역시 대학교육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꾸준히 지적해온 인물이다. 그는 2010년부터 ‘틸펠로십’을 통해 22세 이하 청년들에게 창업자금을 지원하며, 대학 진학 대신 창업을 택하도록 장려해왔다.
이번 선발자 중엔 아이비리그의 하나인 브라운대에 합격하고 포기한 학생도 있다. 마테오 자니니는 미국 국방부 전액 장학금 대상자로도 뽑혔지만 브라운대가 입학 연기를 허락하지 않자 대학 대신 팔란티어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학을 건너뛰는 선택이 처음엔 터무니없어 보였지만, 펠로십의 가능성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내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채용 시 학력 요건을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추세다. 오픈AI, 애플, IBM 등은 채용 시 학력 요건을 아예 없애거나 줄이는 직무를 늘리고 있다.
팔란티어의 1기 펠로십 인원들은 이미 4주간의 세미나 과정을 마쳤으며, 이후 병원·보험사·방위산업체·정부 기관 등 고객사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임원들은 “불과 몇 주 만에 일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뚜렷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오는 11월까지 근무한 뒤, 성과에 따라 정규직 전환 여부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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