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의 자매 학술지인
‘랜싯 건강한 장수(The Lancet Healthy Longevity)’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국가마다 치매 위험 요인이 다르며,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각국 실정에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가 주도하고 존스 홉킨스대와 브라운대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고소득 국가와 저소득·중간소득 국가를 아우르는 14개국·지역 고령자 21만4251명의 데이터를 통합해 조절 가능한 치매 위험 요인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랜싯 치매 위원회(Lancet Commission on dementia)가 제시한 위험 요인 가운데 12가지였다. 저학력(중등교육 미만), 청력 손실, 높은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고콜레스테롤혈증), 우울증, 신체 활동 부족, 당뇨병, 흡연, 고혈압, 비만, 과도한 음주, 사회적 고립, 시력 손실이 포함됐다.국제 치매 전문가들로 구성된 랜싯 치매 위원회는 전 세계 치매의 약 45%는 이러한 위험 요인을 줄이면 예방하거나 발병을 늦출 수 있다고 추정한다. 위원회가 제시한 위험 요인은 모두 14가지지만, 외상성 뇌손상과 대기 오염은 비교 가능한 자료가 부족해 이번 연구에서 제외됐다.
분석 결과 주요 위험 요인의 순위는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브라질, 멕시코에서는 중등교육 미만의 낮은 교육 수준이 가장 큰 조절 가능한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반면 미국과 영국에서는 각각 11위와 9위로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았다.한국의 위험 요인 순위를 보면 낮은 교육 수준에 이어 고혈압, 흡연, 우울증, 시력 손실, 당뇨병, 과음, 사회적 고립, 청력 손실, 비만 순이었다. 흡연에는 현재 흡연자뿐 아니라 과거 흡연자도 포함됐다.국내 자료는 한국고용정보원이 수행하는 ‘한국 고령화 연구 패널조사(Korean Longitudinal Study of Ageing)’를 활용했다.
우리나라 고령층의 저학력 비율은 47.7%였다. 고혈압 유병률은 35.6%, 흡연 경험은 33.4%, 우울증은 23.5%, 시력 손실은 17.8%, 당뇨병은 15.9%, 과음은 13.8%, 사회적 고립은 13.1%, 청력 손실은 7.1%, 비만은 6.2%로 나타났다. 신체 활동 부족과 고콜레스테롤혈증은 비교 가능한 국내 자료가 없어 분석되지 않았다.
같은 치매라도 국가마다 우선 관리해야 할 위험 요인이 달랐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미국에서는 고혈압, 흡연, 고콜레스테롤혈증, 비만, 신체 활동 부족 순으로 나타났다.
영국과 서유럽·북유럽에서는 흡연이 가장 흔한 위험 요인이었고, 동유럽에서는 고혈압이 1위, 흡연이 2위를 차지했다. 이는 국가별 특성에 맞춘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고콜레스테롤혈증도 함께 갖는 경우가 많았다. 흡연과 과도한 음주 같은 건강에 해로운 습관도 서로 동반되는 양상이 모든 국가에서 공통으로 관찰됐다.
우리나라에서 낮은 교육 수준의 영향 크게 나타난 것은 현재 고령층 상당수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충분한 교육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세대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각국 정부와 보건 기관이 자국 인구의 특성에 더 잘 맞는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당뇨병 관리 프로그램을 고혈압과 고콜레스테롤혈증 같은 관련 심혈관·대사 위험 요인까지 함께 관리하도록 확대하면 여러 건강 문제를 동시에 다룰 수 있다.제1저자인 USC 셰퍼 공공정책·정부서비스연구소 경제사회연구센터의 엠마 니컬스 연구원은 이번 결과가 개인에게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준다고 강조했다.
“노년기 치매 위험은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위험은 평생에 걸쳐 형성되기 때문에 개인은 생활 습관을 바꿈으로써 자신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동시에 더 넓은 사회적 요인들이 그 위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인식해야 한다.”
이는 이미 교육 수준을 바꾸기 어려운 고령층이라 하더라도 혈압·당뇨 관리, 운동, 금연과 절주 등 다른 조절 가능한 위험 요인을 적극 관리하면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연구진은 교육 기회나 의료 접근성, 경제적 여건 같은 사회적 환경도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개인의 노력과 함께 국가 차원의 예방 정책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oi.org/10.1016/j.lanhl.2026.100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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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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