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이 세계를 만날 때 수출이 시작된다[기고/김유오]

1 week ago 7

김유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임이사 대한민국은 수출로 성장한 나라다. 자동차와 반도체, 조선과 스마트폰은 세계시장을 누비며 국가 경제를 견인해 왔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내수시장이 위축되는 지금, 우리는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앞으로의 수출은 어디에서 시작될 것인가. 필자는 그 답을 지역의 골목상권, 즉 ‘글로컬 상권’에서 찾고자 한다. 인구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지역 상권은 갈수록 활력을 잃고 있다. 많은 소상공인이 내수시장만으로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다. 반면 세계인의 관심은 K푸드와 K뷰티, K콘텐츠를 넘어 한국인의 일상과 지역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 관광객은 유명 관광지만 찾지 않는다. 골목을 걷고,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고, 작은 식당에서 식사하며, 지역의 이야기가 담긴 상품을 구매한다. 이제 골목은 소비의 공간을 넘어 한국 문화를 세계와 연결하는 접점이 되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지금 ‘글로컬 상권’이라는 담론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제조업 수출로 성장했지만 저성장과 지방 소멸, 내수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이제는 공장에서 만든 제품만으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어렵다. 세계는 물건보다 경험을 소비하고, 여행은 온라인 재구매와 글로벌 소비로 이어진다. 골목에서의 경험이 새로운 수출이 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일본 교토의 니넨자카와 산넨자카는 이를 잘 보여준다. 오래된 골목과 전통가옥을 보존하면서 느림의 미학이 있는 도시로, 공예와 말차, 기모노 체험을 결합해 세계인이 찾는 관광상권으로 성장했다. 관광객은 상품뿐 아니라 교토의 생활문화를 소비하고, 그 경험은 귀국 후에도 지속적인 소비로 이어진다. 지역의 문화와 상권이 곧 수출 경쟁력이 된 사례다. 우리나라에도 가능성은 충분하다. 전주 한옥마을, 경주 황리단길, 강릉 커피거리, 부산 깡통시장, 홍대 문화의 거리 등은 역사와 문화, 음식과 사람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최근 경주 황리단길에서 한옥 숙박업을 운영하는 한 소상공인은 외국인 예약 비중이 80%를 넘는다고 한다. 관광객은 숙박에 그치지 않고 음식점과 카페, 기념품점 등을 이용하며 지역경제 전반에 소비를 확산시킨다. 이것이 골목이 수출의 출발점이 되는 모습이다.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개별 기업과 제품을 지원하는 데 머물지 말고 상권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이자 수출 플랫폼으로 육성해야 한다. 관광과 문화, 디지털을 연결하는 상권 생태계를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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