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불신에 '사적 보복 범죄'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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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개인이 타인에게 보복을 의뢰하는 이른바 ‘사적 보복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SNS를 통해 쉽게 보복 범죄 조직에 가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데다 개인정보를 노린 위장 취업까지 등장하는 등 수법도 갈수록 조직화·지능화하는 양상이다.

30일 인스타그램에서는 ‘원한해결’ 해시태그를 내건 계정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텔레그램에도 비슷한 채널이 다수 운영 중이다.

한 텔레그램 채널은 사고 위장 신체 손상, 범죄 혐의 뒤집어씌우기, 금융 활동 차단, 직장·지인 대상 이미지 훼손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미지 훼손’은 사진이나 영상을 확보해 딥페이크로 조작한 뒤 유포하거나, 각종 신고를 반복해 대출·계좌 개설을 어렵게 만드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보복 대행 조직은 범행에 필요한 개인정보 확보를 위해 위장 취업까지 시도한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텔레그램을 통해 돈을 받고 타인의 주거지 현관문에 오물을 뿌리거나 벽에 래커칠을 한 일당 4명을 지난 27일 검거해 전원 구속했다. 이들에게는 형법상 협박, 주거침입 등 혐의가 적용됐다. 이들은 범행 대상자의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조직원 1명을 배달 앱 외주업체 상담사로 위장 취업시켜 업무 외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조회한 뒤 범행에 활용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의왕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의왕경찰서는 이날 재물손괴와 주거침입, 명예훼손 혐의로 30대 A씨 등 3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들이 온라인 채널을 통해 의뢰를 받아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권력 불신이 사적 보복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산하면 범죄의 은폐성과 파급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SNS를 기반으로 범죄가 빠르게 퍼지는 구조인 만큼 단속과 함께 플랫폼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사적 보복은 국가가 독점하는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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