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매도가 부활한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가 10조원 어치 '팔자' 행렬을 이어가며 코스피 대형주 중심의 공세를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재개 이후 22거래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총 14조8647억원을 기록했다. 공매도 금지 직전 같은 기간(2023년 10월 4일~11월 3일)의 12조2958억원 대비 20.9%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코스닥 시장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4조772억원으로, 같은 기간 5조481억원에서 19.2% 감소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산한 총 공매도 거래대금은 18조9419억원으로, 전년 동기(17조3439억원) 대비 9.2% 늘었다.
특히 공매도 재개 첫날인 지난 3월 31일에는 코스피 시장에서 1조3017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4271억원의 거래대금이 발생하며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는 일평균 약 6757억원, 코스닥 시장에서는 일평균 약 1853억원의 공매도 거래가 이뤄졌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차입 공매도 재개를 위한 준비 기간이 장기간이었으며 공교롭게도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차입 공매도를 활용한 결과”라면서 “차입 공매도 잔고가 크게 늘어난 종목은 2차전지와 화학, 조선과 바이오에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공매도 전략이 대체로 시가총액이 크고 유동성이 풍부한 코스피 상장 대형주에 집중되는 구조와 맞물려, 기관의 공세가 코스닥보다 코스피 시장에 더 강하게 나타난 배경이라는 해석이다.

공매도 재개와 함께 외국인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실제 흐름은 정반대였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해 8월부터 '팔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4개월간 외국인 순매도액은 △1월 1조4400억원 △2월 4조1200억원 △3월 2조1600억원에 이어, 4월에만 9조9000억원(29일 종가기준)에 달해 뚜렷한 이탈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재개보다는 관세우려 등에 더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매도 재개 초기의 충격이 점차 진정되고 있으며 시장이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공매도 재개 이후 단기적인 공매도 오버슈팅은 진정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펀더멘털·수급 요인에 따른 선별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최근 주당순이익(EPS) 추정치가 내려가는 동시에 대차잔고가 증가하는 업종인 에너지·철강·IT가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오는 5월 14일로 예정된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정기변경을 앞두고, 편출 종목을 둘러싼 공매도 기반 매도 압력 확대에 대한 경계도 커지고 있다
배철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가 허용되면서 편입 종목 매수, 편출 종목 매도에 기반한 롱숏 전략이 재개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며 “MSCI 발표일 전후 및 리밸런싱일(5월 30일) 전후로 패시브 수급을 노린 포지션 청산과 차익 실현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공매도가 허용된 기간에는 편출 종목의 하방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으며, 반대로 공매도가 금지된 시기에는 편입 종목의 주가만 상승하는 비대칭적 흐름이 나타났다는 판단에서다.
공매도 재개로 유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기관·외국인의 차별화된 베팅과 패시브 수급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투자자들은 당분간 공매도 관련 신호와 지수 편출입 영향 모두에 대한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