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20대 청년 '초절약'
음식값 오르자 매 끼니 부담
"자취 생활비용 80%가 식비"
점심으로 무료 사찰음식 먹고
햄버거 대신 학생식당 선택
대학가 이용률 전년비 20% 쑥
"먹고 싶은 만큼 많이 먹고 공부 열심히 하세요!"
지난 24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연화사 앞. 점심시간을 앞두고 학교 이름과 로고 등이 새겨진 '과잠'을 입은 학생 수십 명이 절 앞에 줄지어 서 있었다. 절 안으로 들어선 학생들은 식판을 하나씩 받아들고 나눠주는 밥과 반찬을 순서대로 담기 시작했다. 최근 물가가 올라 끼니를 걱정할 학생들을 위해 사찰에서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것이다.
이날 사찰 식당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학생들은 식사를 마치고 사찰을 둘러보며 잠시나마 여유를 즐기기도 했다. 수업이 늦게 끝나 뒤늦게 줄을 선 학생들은 식사를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대기 줄에서 만난 대학생 황수연 씨(21)는 "자취하고 있어 매일 끼니를 스스로 해결해야 해 하루에 한 번 이상 외식을 하게 되는 것 같다"며 "밖에서는 웬만하면 한 끼에 1만원이 넘는데, 우연히 알게 된 사찰에서 무료로 푸짐한 밥을 먹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대 청년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고물가 시대에 최근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고유가·고환율까지 겹치면서 식비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화사는 이달부터 오는 6월까지 매주 화요일에 청년을 대상으로 무료 사찰 음식을 제공한다. 2년 전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 하루 10~20명이 방문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급식소가 열리면 100명이 넘게 줄을 서고 있다.
청년들은 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이를 아끼려 고군분투 중이라고 토로했다. 동대문구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김정우 씨(23)는 "지출의 대부분이 식비"라며 "아르바이트 근무지에서 제공되는 식대로 끼니를 해결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김 모씨(22)는 "자취하다 보니 생활비의 80%가 식비로 빠진다"고 말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간편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었던 패스트푸드도 꾸준히 가격이 오르면서 '가성비'가 옛말이 됐다. 지난 2월 버거킹과 맥도날드를 시작으로 맘스터치, KFC 등 다수 업체가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대학생 정은서 씨(22)는 "'햄버거도 큰맘 먹고 먹어야 하나' 이런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 캠퍼스의 학생식당도 가성비 식사를 찾는 학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경희대 학생식당 관계자는 "작년에는 3월 중 하루 기준으로 많으면 식당에 1800명 정도가 왔는데, 올해는 2200명까지 방문하기도 한다"며 "식수 인원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양대에 따르면 올해 3월 1~2주 차 학생식당 이용률은 전년 동기 대비 20.6% 늘었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청년들의 소비 인식에도 영향을 주게 됐다고 분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남들보다 알뜰하게 소비하고 자기 관리에 신경 쓰는 일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는 등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모습이 주변에서 인정받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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